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미 행정부 고위관리가 한미간 전시 작전통제권 이양시기에 대해 “결정된 게 없다”고 말한 것은 미 행정부 내에도 이견이 있어 아직 논의가 진행 중이라는 뜻이다. 그 동안 전시 작전권과 관련해선 미 국방부에서 나오는 발언이 집중적으로 부각되면서 이양시기에 대한 미국의 입장이 2009년으로 굳어진 것 아니냐는 인상을 강하게 줘왔다.
그러나 도널드 럼스펠드 미 국방장관이 이양시기를 2009년으로 못박은 서한을 윤광웅 국방장관에게 보냈다는 사실이 공개된 시점을 전후해서도 미 국무부로부터는 다른 목소리가 나왔었다. 북핵 6자회담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동아태담당 차관보와 알렉산더 버시바우 주한 미 대사 등은 2009년을 확정적 시기로 거론하는 것을 상당히 경계하는 태도를 보였다. 이런 상황 때문에 워싱턴의 외교소식통들 뿐만 아니라 싱크탱크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행정부내 이견설은 상당히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
한반도를 뛰어넘는 세계전략 차원에서 신속기동군화 등 미군의 군사적 필요를 조기에 충족시키고 과도기를 줄여 비용 및 행정력을 절감하겠다는 것이 미 국방부의 주장이다. 반면 국무부에서는 전시 작전권 논란이 근본적 한미동맹이나 북핵 해결을 비롯한 대북 정책에 있어서의 한미공조 등에 미칠 영향을 종합적으로 고려, 보다 원만한 합의점을 도출해야 한다는 입장을 갖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12일 미 고위관리가 한미 정상회담 사전 브리핑을 통해 전시 작전권 이양시기는 “국방부와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의 협의를 통해 결정될 것”이라고 말한 것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이는 백악관이 미 국방부의 입장에 전적으로 동의하고 있지 않다는 의미이기도 하고 최종 결정 과정에서 국무부 뿐만 아니라 한국의 입장도 충분히 듣겠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런 점에선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서 이양시기 문제가 구체적으로 논의되지는 않는다고 하더라도 노무현 대통령이 조지 W 부시 대통령에게 한국의 정리된 입장을 제대로 전달하면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봐야 한다. 즉 노 대통령의 발언에 따라선 한국 입장인 2012년 관철도 충분히 가능하다는 얘기다.
워싱턴=고태성특파원 tsgo@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