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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사랑과 야망' 인기비결 '4色 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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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사랑과 야망' 인기비결 '4色 여성!'

입력
2006.09.13 2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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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사랑과 야망’의 뒷심이 무섭다. 방송 초반 캐스팅 논란과 20년 전 원작과의 비교 등에 시달리던 ‘사랑과 야망’은 최근 25% 안팎의 시청률을 올리며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특히 원작이 태준(남성훈)과 태수(이덕화) 형제를 중심으로 고도 성장기의 시대상을 담아낸 반면, 2006년판은 미자(한고은) 선희(이유리) 은환(이민영) 정자(추상미) 등 네 여자의 삶에 초점을 맞춰 원작과는 다른 맛을 낸다. 시청자 게시판에는 “정자 파이팅!” “미자여, 태준을 놓아주라” 등 여성 캐릭터에 대한 연민과 응원, 충고의 글들로 가득차 있다. 시대를 넘어 여성 시청자들의 공감을 일으키고 있는 ‘사랑과 야망’ 속 여성 캐릭터들의 특징을 짚어본다.

▲ 시대를 잘못 타고 난 미자

자신이 최우선인 '자아도취'

“애들 키워주고 살림해주고, 없어서는 안 될 존재.” 태준의 부하 직원이 내린 ‘아내’의 정의에는 1960, 70년대 여성에 대한 인식이 고스란히 녹아있다. 그러나 미자는 성공가도를 달리는 태준을 보며 “나보다 잘 되는 게 시샘이 난다”고 말한다. 미자는 태준을 사랑하지만, 그 사랑은 태준과 같은 위치에 설 수 있을 때 온전할 수 있다. 그래서 미자는 태준이 곁을 떠나면 그리워하고, 함께 있으면 싸우기를 반복한다. 미자는 시대가 설정한 여성의 역할을 거부하다 결국에는 한계에 부딪치고 마는, 한마디로 시대를 잘못 타고 난 여자다.

캐릭터들 중 시청자들의 의견이 가장 극명하게 갈리는 것도 바로 미자다. 전 세대에 걸쳐 “도대체 왜 저러는지 이해할 수 없다”는 질책과 “잘난 남편 두는 게 여자의 최대 행복이었던 시절, 그 이상을 원했기 때문에 불행해진 여자”라는 동정론이 엇갈린다.

▲ 착한 여자와 여우 사이, 선희

착하지만 실속파

선희는 의사인 홍조(전노민)와 결혼해 집안살림을 완벽하게 하고 미용실 원장 일도 야무지게 해낸다. 그래서 기성세대로부터는 “완벽한 며느리감”이라는 평을 듣지만, 젊은 여성들은 “좋은 남자 만나 모든 걸 다 가지는 게 은근히 여우같다”는 의견도 내놓는다.

그러나 선희 역시 아픔을 겪는다. 홍조와 미자의 ‘정신적 불륜’에 분노하면서도 웃는 얼굴로 시어머니를 대할 수밖에 없다. 가정을 지키기 위해서다. 선희는 자신의 욕망과 시대의 요구를 조화시킬 만큼 똑똑하지만, 남자에게 의존할 수밖에 없는 당시 여성의 벽을 넘지 못한다. 그런 선희의 모습은, 달라진 이 시대에도 대다수 아내들의 삶이기도 하다.

▲ 상처 안은 현모양처, 은환

무조건 참고본다

선희와 은환은 비슷한 듯 하지만 다르다. 선희가 남편 홍조에게 화를 내는 반면, 은환은 무조건 참는다. 시댁 식구를 정성껏 돌보고, 전처의 딸 수경의 괴롭힘도 묵묵히 참는 은환은 보다 전통적인 현모양처상에 가깝다.

은환과 선희가 가슴 속 상처를 드러내며 부둥켜 안고 우는 장면은 ‘인내’를 천형처럼 지고 살아야 했던 당시 여성의 슬픔을 대변하며 시청자들의 눈물샘을 자극했다. 40, 50대 주부들은 그런 은환의 모습에 겹쳐진 자신의 지난 삶을 돌아보며 눈물 짓지만, 젊은 시청자들에게서는 “답답하고 바보같다”는 핀잔을 듣는다.

▲ 남자가 곧 팔자, 정자

남자한테 운명거는 '올인파'

정자의 삶은 기구하다. 태수와 불행한 결혼생활을 끝낸 뒤 새 남자를 얻지만, 걸핏하면 맞고 산다. 정자가 이렇게 사는 것은 인생을 남자에게 맡기기 때문이다.

그는 태수와 이혼한 뒤에도 “그 자리만 지켰으면 사모님 소리 듣는 건데”라며 아쉬워한다. 정자는 남편의 인생이 곧 아내의 운명을 결정하던 사회가 만들어낸 희생자다. 은환에게 ‘내 자리’를 빼앗았다며 화를 퍼부어 시청자들에게 미움도 받지만, 폭력 남편을 피해 산발한 채 맨발로 도망치는 모습에 많은 이들이 격려를 보내기도 했다. 그 덕에 정자는 드라마 홈페이지에서 진행중인 ‘가장 공감 가는 캐릭터’ 투표에서 여성 캐릭터 중 가장 높은 득표율을 얻고 있다.

‘사랑과 야망’은 이렇게 다른 여성들의 삶을 시대상과 엮어 흥미롭게 직조해 보여준다. 통속 시대극 안에서 요즘 여성들도 공감하는 ‘여자의 일생’을 제시할 수 있다는 것. 그것이 20여년 동안 변함없는 힘을 발휘하는 김수현 작가의 저력 아닐까.

강명석 객원기자 lennone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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