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나이에 공백이 길면 안 된다니까요. 간만에 나오면 확 늙어 보인다는 소릴 듣기 십상이에요. 하하하.” 영화 속 모습을 보니 주름이 많이 생긴 것 같다고 하자 문성근(53)은 호탕하게 웃는다. ‘노사모’의 핵심 멤버로 2002년 대선 당시 노무현 후보 지지 활동에 적극 참여한 이후 그는 한동안 정치적 이슈의 중심에 서 있었다. 영화로 만날 기회가 뜸했던 그가 올해에만 4편의 영화에 무더기로 출연했다. 급작스레 본업에 충실해진 이유가 무엇일까.
“정치 참여로 연기에 소홀했죠. 제작자들도 ‘정말 배우를 계속하긴 할 건가’하는 식으로 보는지 섭외도 없었어요.” 그러던 중에 방은진 감독의 제의가 물꼬를 텄다. “지난해 ‘오로라 공주’를 찍을 때 현장 적응이 힘들게 느껴지더라구요. 그 때 연기를 계속하면서 배우의 감성을 유지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지난해 연기에 복귀한 이후 올 여름에 개봉한 ‘한반도’와‘퍼즐’(김태경 감독, 14일 개봉), 현재 촬영 중인 ‘수’(최양일 감독)와 ‘작은 연못’(이상우 감독)까지, 그는 겹치기 출연까지 한다며 너스레까지 떨었다.
하지만 그의 오락영화 선택은 의외다. 그는 여전히 ‘그들도 우리처럼’(1990)의 탄광촌에 흘러든 운동권 대학생, ‘경마장 가는 길’(1991)의 허위로 가득찬 지식인, 그리고 시사 프로그램 진행자 등 지식인 이미지가 강하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작품성 있는 영화를 주로 선택했어요. 하지만 90년대와 비교해보면 지금은 시대와 대중의 요구가 많이 바뀐 것 같아요.”그도 이젠 좀더 대중과 깊고 넓게 소통하고 싶은 것일까.
영화 ‘퍼즐’은 정체불명의 누군가에게 초대 받은 5명의 남자가 목적도 이유도 모른 채 은행털이를 감행하는 과정을 다룬 스릴러. 그는 작전을 지휘하는 ‘환’ 역할을 맡았다. “시나리오를 보고 어떻게 영화로 옮길 건지 궁금했어요. 감독을 만나보고 그가 감각적 영상에다 이야기를 찰지게 담을 것이라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관객들도 게임을 즐기듯 볼 수 있을 겁니다.”
그는 정치와 스크린쿼터 문제 등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할리우드 배우들은 대통령 선거 때마다 지지 후보를 밝히잖아요. 우리도 생활 속에서 정치에 참여하는 풍토가 정착되길 바랍니다. 정부의 스크린쿼터 축소 방침은 현재가 아닌 이후의 평가를 기다렸으면 해요.”
자신을 둘러싼 무성한 소문에 대해서는 시간이 해결해줄거라고 덤덤하게 말한다. “권력자 주변의 관행이 그랬으니까 ‘너도 덕 좀 보겠지’하는 시선은 당연한 겁니다. 하지만 나서서 일일이 부정한다고 해결되는 게 아니잖아요. 이젠 그런 관행이 존재하는 시대는 지났으니 언젠가 진실이 밝혀지겠죠.”
김회경기자 herm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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