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훈 박형준 서영은 이문재 정끝별 하성란 함정임…. 이들 시인 소설가들이 지난 날의, 또는 새로 쓴 연애편지를 모아 책(‘작가들의 연애편지’, 생각의 나무 발행)으로 묶어 낸 게 지난 달이다.
이 책을 기획하고 3년 여간 일일이 원고를 모았던 소설가 김다은(추계예대 문창과 교수)씨는, 편지라는 이 오래된 글쓰기가 버젓한 문학 텍스트로 대접 받을 수 있음을 이 책을 통해 확인하고 싶었다고 밝힌 바 있다. 이들 편지 문학, 그리고 문학 편지의 필자들이 이번에는, 아예 모임을 만들어 편지 쓰기의 메신저로 나섰다. 책의 필자 27명과 김다은씨, 해서 28명이 회원인 ‘편지 쓰는 작가들의 모임’이다.
‘모임’ 회원들은 편지 쓰기를 솔선하는 한편, 편지를 새로운 문학 장르로 정착시키는 데 힘을 쏟기로 했다. 회원끼리뿐만 아니라 범(汎) 문단 차원으로 편지 쓰기를 활성화해, 점차 회원 수도 늘려간다는 취지다. 내달부터는 회원들이 ‘독자와의 만남’ 자리 등을 마련, (연애)편지 쓰기를 문화운동 차원으로 확장해가는 방안도 추진키로 했다.
‘모임’은 연애편지에 이어 ‘우정편지’도 책으로 묶어 내기로 했다. 김다은씨는 “작가들끼리 주고받은 우정의 편지, 상대의 기질을 이야기하고 격려하고 충고하는 편지, 서로의 작품에 대해 논한 편지, 작가가 자신의 작품을 두고 출판사 관계자와 나눈 편지 등을 모아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모임의 운영 경비는 우선 첫 책 ‘연애편지’의 작가 인세를 모아 충당한다는 구상이다.
모임의 선배 회원인 소설가 서영은씨는 “연애 편지의 감흥은 연애의 감정이 있을 때에야 켜지는 등불이어서 남의 연애 얘기를 듣고 읽는 일이 따분하게 들리지 않을까 모르겠다”면서도 “하지만 문학 연구자나 독자들이 한 작가를 수용할 때 그의 작품뿐 아니라 사적이고 내면적인 교류의 편린들도 함께 수용할 수 있다면 보다 폭 넓게 그 작가를 이해할 수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회원들은 이 달 22일 홍익대 앞의 한 음식점에서 ‘…연애편지’ 출판기념회를 겸한 모임 발족식을 갖고 이 같은 계획에 대해 의견을 나눌 예정이다. 회원들과 소수의 독자들이 참석할 행사에는 소설가 마광수 하성란씨와 시인인 이문재 이경씨 등이 자신들의 연애편지를 낭송하고, 흥겨운 축하연주 및 노래 공연도 펼칠 예정이다.
최윤필 기자 walde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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