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 작전통제권 환수에 반대하는 보수 성향 단체와 인사들의 행동이 갈수록 집단화ㆍ조직화하고 있다. ‘보수 세력들의 네트워크 구축’이란 말까지 나올 정도로 이들의 연계 움직임이 강화되고 있다. 이들은 ‘안보 위기’를 내세워 작전권 환수 반대 주장을 하는 것으로 출발했지만 앞으로 내년 대선을 겨냥한 정치적 행동까지 하게 될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작전권 환수에 반대하는 보수 세력의 행동은 연일 봇물 터지듯 쏟아지고 있다. 지난달 31일 전직 국방부 장관 등 군 원로들이 먼저 나서서 반대 성명을 냈다. 이어 지식인ㆍ교수(5일), 전직 외교관(10일)들이 잇따라 반대 성명에 동참했으며 11일엔 전직 경찰총수까지 가세했다. 급기야 12일 재향군인회, 한국 기독교총연합회 등 11개 보수단체 인사들이 작전권 환수 논의 중단을 촉구하는 500만명 범국민 서명운동에 착수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주도하는 인사들은 종교계, 학계 등 각계 각층에 포진하고 있다. 우선 종교계에서는 기독교사회책임 대표를 맡고 있는 서경석 목사와 뉴라이트전국연합 대표인 김진홍 목사가 대표적 인물이다. 서 목사는 ‘선진화국민회의’가 지난 5일 지식인ㆍ교수 등 700여명이 성명을 발표할 때 발기인 대표로 주도적인 역할을 했으며, 범국민서명운동 착수도 주도했다. 김 목사 역시 새로운 보수 운동의 길을 찾는다는 명분 하에 출범한 ‘뉴라이트전국연합’ 대표이다.
선진화국민회의의 성명에 참여한 지식인ㆍ학계 인사들의 면면도 주목된다. 이 단체의 상임공동위원장인 이석연 변호사를 비롯 한나라당 정책위의장을 지낸 박세일 서울대 교수 등 성명 발표를 주도한 인물들은 보수 진영의 핵심 브레인들이라고 할 수 있다.
군 원로, 전 외교관 등 전면에 나선 전직 관료들도 보수적 인사들이 주축이다. 특히 전직 경찰 총수의 대다수는 과거 군사정권에서 경찰 간부를 지냈다.
보수 성향 인사들이 이 시점에서 릴레이 성명을 내는 등 조직적인 움직임을 보이는 데 대한 분석도 다양하다. 일단 이들이 ‘안보 위기론’에서 출발했다는 데는 별 이견이 없다. “이대로 가면 국가 안보가 흔들릴 수 있다”는 위기 의식 때문에 뭉쳤다는 것이다. 보수세력들이 14일 워싱턴에서 열리는 한미정상회담을 앞두고 시위성 행동을 하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하지만 정치적 배경과 의도를 거론하는 해석도 적지 않다. 열린우리당 우상호 대변인은 “수구보수 네트워크가 부활하고 있는 것”이라며 “한나라당 대선 전략의 일환으로 조직적으로 진행되는 것 같아 걱정된다”고 말했다. 보수세력이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반감 때문에 결집하고 있으며, 이를 바탕으로 내년 대선까지 겨냥하고 있다는 시각이다.
11개 보수단체들이 서명운동에 착수하면서 “작전권 재협상을 공약하는 대선후보가 차기 대통령에 당선되도록 하겠다”고 밝힌 점도 이 같은 해석에 무게를 더하고 있다. 참여연대 김기식 사무처장은 “보수 진영의 정권 탈환 의지가 표현된 것이라고 볼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서경석 목사는 “현 시점에서 한미동맹체제를 깨는 것은 북한의 위협을 과소평가한 모험주의”라고 전제한 뒤 “작전권 환수 반대운동은 시대적 소명”이라며 순수성을 강조했다.
정녹용 기자 ltre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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