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라산역, 제3땅굴, 임진각 등 분단의 상처를 상징하는 것들이 많은 파주시가 첨단 기업도시로 탈바꿈하고 있다.
변방의 군사도시였던 파주시는 4월말 LCD를 생산하는 세계 최대규모의 LG필립스LCD(LPL) 파주 공장이 준공된 지 6개월 만에 한국을 대표하는 기업도시로 급속도로 환골탈태하고 있는 것.
파주시는 LPL이 최단기간에 공장을 지어 입주할 수 있도록 각종 인허가를 파격적으로 단축시켜주고, 각종 지원을 아끼지 않아 기업유치의 성공모델로 평가받고 있다.
파주의 변화를 가장 먼저 보여주는 것은 도시의 외관이다. 여의도에서 승용차로 30분가량 자유로를 달리면 LPL 파주공장으로 들어가는 왕복8차선 도로가 나온다. 원래 왕복 4차선이었던 이 도로는 LPL 파주공장이 들어서면서 늘어난 물류 때문에 확장 공사가 진행된 끝에 6월 완공된 것이다.
시내에 들어서자 잘 닦인 도로 위로 새로 칠한 녹색바탕에'굿 & 그레이트(G&G) 파주','변화와 경쟁의 파주시','파주는 경제다'라는 문구가 선명하게 적힌 마을버스가 도시 구석구석까지 변화의 기운을 전해주고 있었다.
시청을 지나 시원하게 뚫린'LG로'에 진입하자 대규모 LPL 파주 공장이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본단지 51만3,000평, 협력단지 59만2,000평으로 총 110만평 규모의 LPL 파주 생산단지는 올해부터 LCD 7세대 라인을 본격 가동하기 시작했다.
본단지의 LCD 공장은 세계에서 가장 큰 유리(1,950*2,250㎜)를 사용해 한꺼번에 42인치 LCD 8장 또는 47인치 LCD 6장을 찍어낼 수 있는 세계 최고 수준의 공장이다. 아파트 20층 높이의 이 공장에서는 한달에 72만장의 42인치 LCD를 생산하고 있다.
여느 시골처럼 노인들이 상당수였던 파주시는 이제 젊은이들이 넘쳐난다. LPL 공장과 인근 산업단지로 유입된 젊은 산업역군들 때문이다. LPL 파주공장의 홍보를 담당하고 있는 김창동 대리는 "지난해 6월 파주 공장에는 1,000명 정도의 임직원들이 일하고 있었으나 올들어 4,000명 이상이 근무하고 있다"며 "이들 중 80% 이상이 20~30대로 파주 지역경제에 생동감을 불어넣는 활력소가 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인구가 급증하면서 지방경제도 활성화하고 있다. 파주시 기본 통계현황에 따르면 8월말 현재 파주시 인구는 29만1,818명으로 한달만에 2,397명이나 증가했으며 1년 반 전에 비해 4만여명이 늘었다. 산업단지가 위치한 월롱면 일대 유입인구가 올해 벌써 2만명이 넘어섰다. 파주시는 2008년에는 인구가 50만명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인구 증가에 따라 자동차 수 역시 8월말 현재 10만7,746대로 한달만에 1,025대 증가했다.이는 1년 반 전에 비해 1만6,000여대 늘어난 것이다. 병원은 1년 반 전에 비해 56개나 늘어났다.
태어나서 줄곧 파주에서 살았다는 한 40대 주민은 "공장이 들어선 후 난생 처음 교통체증도 겪어보고 동네가 달라지는 걸 확실히 느낀다"며 "자식들을 서울로 유학 보낼 필요가 없는 큰 도시로 성장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LPL 파주공장 유치작업에 참여한 파주시청 최영우 계장은 "경기도와 파주시가 합심해 13개월 만에 LG필립스LCD 공장을 유치한 것은 공무원들에게도 큰 경험이었다"며 "유치과정에서 우리가 이룬 행정혁신 사례를 배우려고 이곳을 방문한 기관이 올 상반기에만 50개에 이른다"고 설명했다. 그는"기업 유치가 단지 도시의 외형뿐 아니라 주민과 공무원들의 마인드까지 바꿔놓았다"고 말했다.
문준모기자 moonj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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