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 작전통제권 환수에 반대하는 보수단체의 궐기는 역대 국방장관들의 문제 제기로 시작됐다. 역대 장관들은 전시 작전권을 환수할 경우 한미연합사령부의 해체로 주한미군 철수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한국군은 전시 작전권을 독자 수행할 준비가 안 돼 있다는 게 이들의 현실 진단이다. 급기야 보수단체들은 전시 작전권 환수 논의 자체를 차기 정권에 넘겨야 한다고 주장하기에 이르렀다. 정부는 정부대로 작전권 환수 입장을 거둬들일 태세가 아니어서 통합된 의견을 끌어내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환수 시기와 안보공백
국방부는 자주국방 건설계획에 따라 2012년께 전시 작전권을 환수하는 게 적절하다는 입장이다. 노무현 대통령은 2009년이라도 넘겨받을 수 있다며 자신감을 피력했고 주한미군이 평택기지로 이전을 완료하는 2010, 2011년이 합리적인 시점이라고 밝혔다.
환수에 반대하는 보수세력은 한국군의 독자적인 작전수행 능력, 특히 감시ㆍ정찰 전력이 미비하다는 점을 들어 5년 내 환수는 힘들다고 반박한다. 이정린 전 국방차관은 “첨단 정보전력을 도입하는 데 대부분 10~15년이 걸린다”며 “전시 작전권 환수 시기를 5년 이내로 설정해 정보 전력을 대체하려는 발상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보수세력들은 또 북한의 탄도미사일과 핵무기 등 이른바 비대칭전력(대량살상무기)에 대한 대비도 없다고 지적한다.
정부도 감시ㆍ정찰 전력의 부족은 인정하고 있다. 하지만 전력증강계획이 예정대로 추진된다면 2012년께는 공중조기경보기와 군사 정찰위성을 갖추는 등 한반도 및 주변지역에 대한 독자적인 정보수집 능력을 부분적으로 확보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장거리ㆍ정밀 타격이나 통신ㆍ지휘통제 분야에서는 이미 북한을 압도하고 있다고 한다.
전문가들은 미국이 환수 시기를 둘러싼 국내의 안보불안 논란을 환수 협상에 전략적으로 활용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국책연구기관 연구원은 “미국이 환경오염 치유나 방위비 협상 등과 연계할 수 있다”고 걱정했다.
연합사 해체와 동맹약화
조영길 전 국방장관은 언론 기고를 통해 ‘1994년 북 핵 위기 당시 미국의 북한 공격 계획이 무산된 것은 한미연합사 체제 하에서 작전권의 공동행사자인 한국이 반대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전시 작전권 환수에 따라 연합사가 해체되면 이런 협조체제도 불가능하다는 지적이다.
보수세력들은 나아가 연합사 해체로 유사시 미군의 자동개입이 어려워지고 결국에는 주한미군이 완전철수하는 등 굳건한 50년 한미동맹이 와해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일본은 주일미군과 사령부를 통합하는 등 연합시스템으로 가는 반면, 우리는 거꾸로 가고 있다는 우려도 없지 않다.
정부는 전시 작전권 환수로 동맹관계가 질적으로 한단계 발전할 것이라고 반박한다. 미국이 세계적인 차원에서 추진하고 있는 해외주둔군재배치(GPR)계획에 따르면 주한 미군도 붙박이군이 아닌 신속기동군으로 변화를 추진하고 있으며 연합사 해체는 그 변화의 일환이라는 것이다. 정부는 또 연합사 해체 이후에도 양국은 연합사의 기능에 버금가는 군사협조본부를 가동, 작전의 효율성을 유지한다는 계획이다.
국방비 증가 논란
보수세력은 전시 작전권 환수에 맞춰 부족한 한국군 전력을 보강하는 데 상당한 국방비가 추가로 투입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전시 작전권 환수에 모두 621조원의 국방비가 소요되며 이는 가구당 매년 500만원이 돌아가는 어마어마한 금액이라는 주장까지 하고 있다. 연합사 우산 아래 있다면 경제발전이나 국민복지증진에 활용하면서 절약할 수 있는 비용이라는 의미다.
청와대와 국방부는 전시 작전권 환수에 따른 국방비 증액은 일절 없다는 입장이다. 621조원은 향후 15년간 소요되는 국방비의 총액으로 자주국방의 청사진인 ‘국방개혁 2020’에 이미 국방건설 예산으로 반영돼 있다는 것이다. 환수 비용과 관련해서도 “우리 경제력 변화 추이로 볼 때 부담 가능한 비용”이라는 주장과 “불투명한 미래 경제상황에 근거한 낙관론”이라는 주장이 맞서 있다.
김정곤 기자 jk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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