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ㆍ25 당시 납북 도중 사망한 것으로 알려진 춘원 이광수(1892~1950)와 위당 정인보(1893~1950) 선생의 이장 경위에 관한 증언이 12일 나왔다. 이들은 당초 사망 장소 인근에 각각 매장됐으나 이후 이장돼 현재 평양 교외 납북ㆍ월북인사 특설묘지에 안장돼있다.
올해 북한 금성청년출판사가 발간, 연합뉴스가 입수한 ‘민족과 하나’라는 책에서 저자 김흥곤(82) 옹은 사망 지점 부근 농촌문화주택을 헐고 춘원의 유해를 찾았다고 전했다. 전라남도 광주 출신의 김옹은 1948년 4월 평양에서 열린 ‘남북 제정당ㆍ사회단체 연석회의’에 남측 대표로 참석했고 6.25 전쟁 당시 월북, 재북평화통일촉진협의회(통협) 회원으로 활동했다.
김옹에 따르면 춘원은 북으로 가던 도중 폐렴이 도져 50년 10월25일 자강도 강계 만포 근방에서 사망했으며, 당시 동행자들이 시신을 이름 모를 언덕에 묻고 떠났다. 그런데 2003년부터 특설묘역이 조성되면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통협에 “이광수의 유해를 찾아 특설묘지에 안장할 것”을 지시했다. 이에 통협 서기국 관계자들이 수소문 끝에 춘원의 유해가 묻힌 곳을 찾아냈지만, 현장엔 이미 농촌문화주택이 즐비하게 들어서 있었다.
관계자들은 가뜩이나 ‘죄 많은 친일분자’를 특설묘지에 안장하는데 회의적이어서 문화주택을 헐어야 할지를 망설였으나, 김 위원장은 “인생 말년에나마 북행 길에 오른 것은 우리를 따르려 했다는 것을 말한다”며 이장을 거듭 지시했다는 것이다.
위당 역시 납북 도중인 50년 9월7일 황해도 어느 마을에서 미군 비행기의 기총소사(기관총 난사)로 사망했다. 이후 특설묘지 이장을 위해 사망한 장소를 찾았을 때, 현장은 넓은 옥수수밭으로 변해 있었다. 관계자들은 옥수수밭을 샅샅이 뒤진 끝에 위당의 유해를 찾아내 특설묘지에 안장했다.
정상원 기자 orno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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