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단체들이 전시 작전통제권 환수 문제를 정치적 세결집에 활용하려는 의도를 드러내면서 국론 분열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안보공백 우려에서 촉발된 전시 작전권 환수 논란이 본질을 벗어나 이념 갈등과 정치 대립으로 변질돼 국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는 지적이다.
전직 외교ㆍ안보 고위 관료들이 전시 작전권 환수에 반대한다는 집단성명을 발표한 데 이어 보수단체 연합은 12일 대대적인 서명운동을 시작했다. 예비역 장성 모임인 ‘성우회’와 뉴라이트전국연합 등 11개 단체는 이날 “전시 작전권 재협상을 공약하는 대선 후보가 차기 대통령에 당선되도록 하겠다”고 밝혀 전시 작전권 문제를 2007년 대선과 연계하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지난달 초 전시 작전권 환수 논란에 불을 댕긴 전직 국방장관들은 전시 작전권을 환수하면 한미연합사 해체로 이어져 결국 주한미군 철수 문제가 불거진다며 안보공백을 우려하는 차원에서 환수 논의의 재고를 요청했다. 하지만 이어진 환수 반대 성명에서는 “친북 반역 세력이 나라를 흔들고 있다” 는 주장이 빗발치는 등 안보 논리보다는 이념적 색깔이 전면에 부각되고 있다.
이에 따라 국가안보 문제가 지나치게 정치 쟁점화하는 데에 대한 경계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이철기 동국대(국제관계학과)교수는 “전시 작전권 환수는 안보문제 전문가들이 힘을 모아 풀어야 할 국가적 숙제”라며 “보수세력의 정치 쟁점화는 순수하지 못하다”고 말했다. 홍성태 참여연대 정책위원장(상지대 교수)은 “지금의 논란은 보수 세력이 안보 불안을 조장해서 대선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려는 속셈”이라고 꼬집었다.
문제는 미국이 환수 논란을 둘러싼 국내의 갈등을 협상에 적절히 활용할 여지가 있다는 것이다. 공식적으로는 한국군의 능력 향상을 들어 2009년 이양하겠다는 입장이지만 때때로 정부의 공식 입장과는 다른 발언으로 협상에 연막을 치고 있다. 주한미군의 평택기지 이전에 따른 세부 조정에 불과하지만 주한미군의 추가 감축이 가능하다는 국방부 고위 관리의 발언이 대표적이다.
국방관련 국책연구기관 관계자는 “정부 당국자가 주한미군 일부 조정이나 조기환수 가능성 등을 언급하는 것은 협상전략의 일환으로 국내의 여론 분열을 활용하는 증거”라고 지적했다. 미국은 특히 전시 작전권 환수시기 문제를 ▦주한미군 반환 기지의 환경오염 치유나 ▦방위비분담 협상 등 다른 현안과 연계할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미국과의 본격적인 전시 작전권 협상을 앞둔 시점에서 국내의 분열상은 우리의 협상 입지를 약화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국책 안보연구원 관계자는 “미국은 미군의 세계 전력재편 차원에서 작전권 이양 문제를 접근하고 있는데 환수 반대 목소리가 커진다고 해서 과연 우리에게 유리한 결과가 나올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전시 작전권 환수 협상을 위해 국회 내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협상특위와 같은 초당적 기구를 만들어야 한다는 제언도 나오고 있다. 최강 외교안보연구원 교수는 “이 사안은 초당적 접근이 필요하다”며 “정치권과 행정부가 머리를 맞대야 한다”고 했다. 이상현 세종연구소 안보연구실장은 “충분한 준비와 합리적인 설명을 통해 사회의 다양한 부문의 의견을 구하려는 정부의 노력이 부족하다”며 정부의 적극적인 대응을 주문했다.
김정곤기자 jkkim@hk.co.kr박상준기자 buttonpr@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