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작전통제권 이양을 둘러싼 한국내의 격렬한 논란이 미국의 정책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예단하기 어렵다. 하지만 미국이 한국의 갈등을 예상했고 그 전개과정을 예의 주시하고 있었음은 분명해 보인다.
특히 미국은 북한의 미사일 발사 강행 이후 표출된 한국내 여론의 변화추이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동아태담당 차관보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제재 결의 채택 이후 기자회견을 통해 한국내에서 기존 대북정책에 대해 적극적이고 활발한 논란이 벌어지고 있음을 지적한 뒤 “이는 매우 흥미롭고 중요한 일”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발언에는 한국 정부의 정책수정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돼 있다는 해석이 뒤따랐다.
전시작통권 논란은 이 같은 대립의 연장선상에 있고 잠재적 갈등이 특정 사안을 통해 폭발적으로 분출한 것이어서 이를 바라보는 미국의 시각도 동일한 범주와 기대 속에 있다고 봐야 한다. 워싱턴 싱크탱크의 일부 전문가들 사이에서 “한국내에서 북한의 위협이나 국가안보에 대한 논란이 제대로 일어나 주기를 미국이 기대했다”는 분석이 나오는 것도 이런 맥락이다. 도널드 럼스펠드 미 국방장관의 서한이나 발언이 한국내 논란을 더욱 격화시키는 계기로 작용했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다. 이런 정황 때문에 전시작통권을 2009년에 조기 이양하겠다는 제의가 한국 정부에 실망한 미국의 ‘감정적 대응’에서 비롯됐다는 추론이 나름대로 설득력을 가질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이런 추론과는 관계없이 전시작통권 조기 이양은 미국의 정책목표로 확고하게 자리를 잡은 듯하다. 미국이 한국내 한미동맹 강화론자의 입지를 오히려 좁힐 수도 있는 방향으로 나가는 것은 기본적으로 미 국익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해외주둔 미군재배치(GPR) 계획에 따라 주한미군을 일부 감축하고 평택기지로 이전하는 작업도 전시작통권 이양과 연계시키면 가속도를 낼 수 있다. 이것이 한국 정부엔 평택기지 문제를 조기 해결하라는 압박으로 작용할 것임은 물론이다. 또 작통권 이양에 따른 과도기를 줄인다는 것은 미국으로선 엄청난 비용절감을 의미한다. 미군이 이라크, 이란, 레바논 등 중동위기에 더 집중할 수 있고 궁극적으로 주한미군의 신속기동군화를 통한 한반도 밖 작전투입, 즉 전략적 유연성도 보다 현실성을 띠게 된다. 결국엔 주한 미 지상군의 추가감축이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미국이 전시작통권 문제를 협상카드로 삼아 공군사격장, 환경오염,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 문제 등에서 양보를 얻어내려 한다는 분석도 있다. 어떤 분석을 따르든 전시작통권 조기 이양은 미국의 이익으로 귀결될 수 있으나, 한미 동맹의 관점에서 이 문제를 바라보면 미국도 다른 평가를 할 수 있기 때문에 미국의 최종 대응이 주목된다고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워싱턴=고태성 특파원 tsg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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