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효숙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임명 동의안 처리를 위해 민주 민노 국민중심 등 야 3당이 대통령의 사과와 국회 법사위 청문 개최를 제안하고, 열린우리당이 이를 수용했다고 한다.
임명동의가 계속 미뤄질 경우 헌법기관장의 공석 사태가 초래될 개연성을 해소하기 위해 국회가 내놓을 수 있는 고육책으로 여겨진다. 한나라당이 대통령의 지명 철회 요구를 고수하는 상태에서 국회 다수가 지지하는 방안이 마련된 셈이다.
그러나 정치적 타협이나 절차적인 절충을 통해 처리하기에는 이 문제가 안고 있는 법적 원칙적 결함이 너무 뚜렷하다는 점에서 새로 제시된 방안은 또 하나의 편법이다. 전 후보자는 대통령의 요청으로 헌법재판관직을 사퇴했고, 이 바람에 국회가 진행한 청문과정이 원천무효라는 위법 사태에 처한 것이 다툼의 본질이다.
더구나 국회 임명동의안이 제출될 당시에는 재판관직 사퇴서가 수리되지도 않았다는 새로운 사실까지 밝혀졌다. 한 번 저지른 오류를 채 인식하지도 못한 가운데 또 한 번의 잘못이 덧씌워진 것이다.
헌법기관의 수장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법과 절차에 대한 무지와 무시가 적나라하게 드러난 이상 우리가 이를 수용하거나 납득할 수는 없다. 또 해서도 안 된다. 특히 문제의 발단이 소장의 임기를 길게 확보하려던 변칙적 발상에서 비롯됐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이제라도 바로잡는 방법만큼은 한 치의 오차 없이 또박또박 이루어지는 것만이 유일한 방도가 돼야 한다. 그래야 헌법과 국민 모두가 떳떳하게 회복될 수 있다.
비록 국회 내의 다수가 새삼 법사위 청문을 거쳐 본회의 표결 절차까지 간다 한들 국회 스스로가 불법 편법의 수렁에 더 깊이 빠져드는 결과가 될 뿐이다. 이 빠진 자리 하나 허겁지겁 메워 봐야 국회는 땜질의 들러리밖에 되지 않는다.
단순히 여당이냐 야당이냐, 혹은 다수냐 소수냐의 관점으로 접근할 문제가 아니다. 법 정신과 규정을 어긴 상태를 원천적으로 해결하지 않고서는 해답은 불가능하다. 이는 대통령에서부터 찾아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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