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길에서 아는 사람을 우연히 만나게 되는 일이 거의 없다. 한 친구는 정반대로 십 중 육칠은 아는 사람과 마주친다. 내가 아는 사람을 마주치는 드문 경우는 거의 그와 같이 걸을 때다.
며칠 전, 엔솔로지 시집을 같이 묶은 사람들이 모여 저녁을 먹고 밤늦은 시간에 우르르 식당을 나서다가 문 앞에서 그를 만났다. 엔솔로지 일원이 아니지만 자리를 같이 하자는 연락을 받았나보다 생각하고 "이제야 오니?" 나무라며 반겼다. 그는 방실 웃으며 대꾸했다.
"이제 오긴 뭘? 지나가는 길이야." 사람들과 인사를 나누는 그의 발치를 스쳐 개 한 마리가 내게 달려들며 헥헥거렸다. 그의 개였다. 그와 동행할 일이 잦을 그 개 역시 길에서 아는 사람을 자주 만날 것이다.
한 동창생이 광화문 지하도에서 소설가 최인훈 선생님을 만났다고 한다. 당신 손을 두 손으로 부여잡고 드리는 경애에 찬 인사를 자애로운 미소로 받으신 선생님께서 넌지시 물으셨단다. "자네, 시간 있나?" 그는 급히 어딜 가는 중이었지만, 스승께서 차라도 한 잔 하자시는 것 같아 "네"라고 대답했단다. 그러자 선생님은 난처해 하며, "난 시간이 없네" 총총 작별을 고하시더란다.
시인 황인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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