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고인 조관행.”
11일 오후 2시. 서울중앙지법 형사25부 황현주 부장판사가 재판 시작과 함께 피고인을 대기실에서 불러냈다. 법정 경비관리대원 2명을 앞세워 조 전 고법부장판사가 모습을 드러냈다. 불과 몇 달 전까지만 해도 법복을 입고 법정에 들어섰던 조씨는 하늘색 수의에 푸른색 고무신 차림이었다. 익숙할 대로 익숙한 법정일 테지만 조씨는 어색해 하는 모습이었다. 법조브로커 김홍수씨로부터 사건 청탁과 함께 1억3,000여만원의 금품을 받은 혐의로 구속 기소돼 판사가 아닌 피고인 신분으로 재판을 받기 위해 나선 것이었다.
재판장을 향해 가볍게 목례한 조씨는 피고인석으로 다가가 앉았다. 곧바로 피고인의 신원을 확인하는 ‘인정신문’이 시작됐지만 조씨는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았다. 일반적으로 피고인은 선 채로 인정신문을 받지만 황 부장판사는 굳이 일으켜 세우지 않았다. 조씨는 시선을 밑으로 깔고 후배 판사의 질문에 조그맣게 대답했다.
하지만 곧 검찰의 신문이 시작되자 조씨는 날선 신경전을 펼치기 시작했다. 검사가 “피고인이 김씨에게서 새 카펫을 받고 줬다는 도자기가 길거리 시장제품이라는 감정 결과가 나왔다”고 말했다. 이에 조씨는 “도자기의 고장인 전남 강진군에서 지원장을 할 때 마련한 것”이라며 “길거리라는 표현은 나를 매도하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검사가 “다른 사람들 앞에서 김씨 등을 가르키며 ‘돈이 안 되는 사람들’이라고 말했다고 한다”고 하자 “와전된 얘기로 종교 재판도 아니고 인격적인 모독이라고 생각한다”고 반박했다. 조씨는 혐의 대부분에 대해 “기억 나지 않거나 그런 사실이 없다”며 부인했다.
최영윤 기자 daln6p@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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