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말 문을 연 서울 '크리스피크림' 명동점. 3개 층에 걸쳐 186석을 갖춘 초대형 매장이지만, 도넛과 커피를 주문하는 손님들로 발 딛을 틈이 없다.
1층에선 도넛을 튀겨내는 과정을 손님들이 직접 보며 주문을 한다. 2,3층은 원형 목재 칸막이가 짙은 브라운 컬러의 소파를 감싸고 있어 아늑한 카페분위기다. 직장인 이희경(33ㆍ여)씨는 "테이크아웃도 할 수 있고 카페처럼 이용할 수도 있어 좋다"며 "넓고 쾌적한 분위기가 마음에 들어 1주일에 한 두번은 이곳을 찾게 된다"고 말했다.
도넛, 커피, 아이스크림 등 전문점에 대형화, 고급화 추세가 뚜렷해지고 있다. 테이블 몇 개가 고작인 테이크 아웃 위주의 종래 점포 대신 여유롭게 앉아서 친구를 만나거나 책을 볼 수 있는 대형, 고급매장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대형화의 선두주자는 스타벅스, 커피빈, 파스쿠치 등 커피전문점이다. 이 중 파스쿠치는 후발주자임에도 불구, 대형화를 통해 브랜드 인지도를 높인 대표적인 케이스다.
파스쿠치의 점포전략은 중소형 매장을 지향하고 주요 상권에 대형매장으로 입점한다는 것. 2005년엔 전국에서 가장 비싼 땅인 충무로1가의 스타벅스 매장을 인수, 235평 470석 규모의 매머드급 매장을 오픈하기도 했다. 올해 신규입점한 5개 매장중 3곳(부산서면, 분당정자, 무교)이 100석 이상을 갖춘 매장이다.
대형 매장들은 주로 대로변, 역세권 등 유동인구가 많은 지역에 들어서지만 올 2월 문을 연 서울 압구정동 커피빈 슈퍼스타점(270평 430석)처럼 주택가에 입점하는 경우도 있다. 승용차 이용도가 높은 지역주민 특성상 70대 이상 주차가 가능한 대형 주차장을 갖추고 있으며 2개 층엔 고급테라스까지 꾸며놓았다.
당초 대형매장 보다는 아늑한 분위기의 중형 매장을 선호했던 스타벅스도 새 종로점(134평), 부산베네시티점(127평) 등 올해 오픈한 31개 매장 가운데 절반이 70평 넘는 대형급 매장이다.
아이스크림 전문점도 마찬가지다. 배스킨라빈스는 20평 안팎의 일반 아이스크림 매장 외에, 간단한 음료와 간식류 등 다양한 메뉴를 갖춘 대형 매장의 '카페31'을 속속 출점하고 있다.
특히 8일 개점한 신촌점은 3층 단독건물 전체를 임대한 130석 규모의 매장으로, 무선인터넷과 1~16명이 앉을 수 있는 다양한 테이블까지 갖추고 있어, 넓고 쾌적한 공간을 선호하는 이 일대 대학생들의 발길이 끊이질 않고 있다.
커피빈코리아 장윤정 마케팅팀장은 "테이크아웃 문화가 발달한 미국이나 유럽과 달리 우리나라는 기본적으로 좌식(座式)문화여서 테이블이 갖춰진 대형 매장들을 선호하고 있다"며 "업체들로선 브랜드 이미지를 알리는데 대형매장의 선전효과가 커 앞으로도 크고 고급스런 매장들은 계속 문을 열 것"이라고 말했다.
이왕구 기자 fab4@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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