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착상태에 빠졌던 세계무역기구(WTO) 도하개발어젠다(DDA) 협상이 돌파구를 찾았다.
파스칼 라미 WTO 사무총장은 브라질 리우 데 자네이루에서 농수산물 수출 개도국 그룹인 G20 각료회의가 끝난 뒤 가진 기자회견에서 “미국 유럽연합(EU) 일본 등 선진국의 농업보조금과 개도국의 시장 개방 문제에 대한 견해차에도 불구하고 DDA 협상이 재개돼야 한다는데 원칙적인 공감대가 이루어졌다”고 밝혔다. 하지만 협상시기를 결정하지 못한데다 여전히 각국의 이해가 얽혀 협상타결 전망은 불투명하다.
■ 진행상황-농업보조금 관세 이견
1995년 WTO 출범이후 첫번째 다자간 무역협상인 DDA는 최종협상시한을 2005년 1월1까지로 못박았다. 하지만 농산물 수출국인 브라질과 인도 등 개도국들이 선진국의 농업보조금 삭감을 주장하고, 선진국은 개도국에 공산품 및 서비스 시장 개방을 요구하는 등 이해관계가 팽팽히 맞서면서 협상시한을 넘겼다.
2001년 11월부터 6차에 걸친 각료회의가 열렸지만 지난해 12월 홍콩에서 농수산물 수출보조금 철폐 등을 포함한 각료 선언문만 채택됐을 뿐이다. 핵심의제에 관한 세부원칙과 이행계획은 전혀 마련되지 못했다. 올해 G8(서방선진 7개국+러시아) 회담에서 DDA 협상 재개를 촉구하고 7월 제네바에서 G6(미국, EU, 브라질, 인도, 일본, 호주) 긴급 각료회의를 열었지만 결국 합의에 실패했다.
■ 3대 핵심의제-빅3 이해 엇갈려
크게 농업보조금 감축과 농산물 관세 인하, 공산품 관세 감축 등 세가지다. 미국과 EU, 그리고 브라질, 인도 등 농수산물 수출 개도국 모임인 G20 등 협상의 ‘빅3’가 각 부분에 첨예한 이견을 보이고 있다. EU와 G20은 미국의 농업보조금 축소에는 한목소리를 냈지만 농산물 관세인하는 EU가 반대하며 대립하고 있다.
또 공산품 관세인하는 미국과 EU가 찬성했지만 G20이 강하게 저항하고 있다. 게다가 관세 인하의 폭과 상한선, 농업보조금의 감축 규모와 시기 등 세부적인 문제에서는 빅3 모두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다. 여기에 한국과 일본, 대만 등 농수산물 수입국인 G10의 이해관계가 얽히면서 문제 해결은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 전망-선거 등 각국 내부 상황이 변수
WTO는 일단 올해 말까지 DDA 협상을 마무리 짓고, 2007년 이행계획서 작성과 승인 및 비준, 2008년 1월 발효라는 로드맵을 제시했으나 최소 1년 이상 늦춰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부시 미국 정부가 의회로부터 받은 신속협상권한(TPA)의 효력이 내년 7월 만료됨에 따라 DDA협상 타결 전망은 더욱 불투명하다. TPA는 국제협상을 효율화하기 대통령에게 광범한 무역협상 권한을 위임하는 것으로, 의회는 행정부의 협상결과를 일정한 기한(90일) 내에 수정 없이 찬반여부만 결정하게 된다.
게다가 주요 협상국인 미국과 브라질이 각각 올해 말 실시될 중간선거와 대선으로 DDA 협상에 ‘올인’할 수 없다는 것도 어려운 점이다.
모든 회원국의 무역장벽 철폐로 자유무역을 강조하는 국제교역의 일반 원칙인 DDA가 표류함에 따라 협정당사국 사이에 적용되는 FTA(자유무역협정)를 포함한 지역간 무역협정(RTA)은 더욱 활발해질 전망이다. 실제로 RTA는 2001년 이후 올해 6월까지 무려 95건이 체결됐다. 지금까지 체결된 총 197건의 지역간 무역협정 중 절반 가까이가 DDA 협상기간에 이뤄졌다.
한국도 미국 등 주요 무역국들과 FTA 체결을 서두르고 있다. 정부는 DDA와 FTA를 동시에 추진한다는 입장이지만 DDA가 표류함에 따라 단기적으로 미국 등과의 FTA에 전념해 심화하는 지역경제블록 체제에서 살아 남는다는 전략이다.
손재언 기자 chinas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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