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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금속 오염땅, 담배·해바라기가 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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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금속 오염땅, 담배·해바라기가 살린다

입력
2006.09.12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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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의약품안전청 등이 최근 폐금속광산(폐광) 44곳 인근에서 재배된 쌀(757건)을 표본 조사한 결과 27.5%와 8.1%가 각각 납과 카드뮴의 국제식품규격위원회(코덱스) 허용치를 초과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국민들의 우려가 높다. 배추 시금치 대두 팥 고구마 무 감자 파 옥수수 등도 1.8~41.6%가 카드뮴과 납 허용기준치를 넘었다.

수십년간 폐광에서 중금속이 흘러나와 인근 토양을 오염시켰는데 이를 방치할 수밖에 없었는지 기술과 정책에 대해 회의하는 이들도 많다. 그러나 중금속 오염 처리 기술은 다양하게 개발돼 있다. 다만 비용 문제로 우리나라에서 거의 적용되지 않았을 뿐이다.

●금속 찌꺼기-광미(鑛尾)가 오염원

폐광이 주변지역까지 중금속 오염을 유발하는 주된 원인은 광미(鑛尾ㆍ금속을 캐내고 남은 찌꺼기)가 빗물이나 바람에 흘러나오기 때문이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수질환경 및 복원연구센터 최용수 센터장은 “비산을 제외하고 카드뮴이나 납 등 중금속은 주로 산성에서 녹는데, 빗물의 산도가 pH 5.6(pH가 7.0 이하면 산성)정도여서 빗물에 녹아 인근 토양으로 흘러 든다”고 말했다.

세명대 자원환경공학과 정명채 교수의 설명은 충격적이다. 그는 “그저 빗물에 쓸려내려 왔다고 보기엔 오염농도가 심각한 지역이 있다”며 “과거 토양이 척박해 농사를 짓기 어려운 곳에서 입자가 고운 광미(크기가 5㎛정도)를 섞으면 농사가 잘 된다고 해서 갖다 부은 곳도 있다”고 말했다.

우리나라의 폐광은 전국 903곳에 달하지만 정부와 지방자지단체가 나서 복원처리 한 28곳을 제외하곤 방치상태다. 정 교수는 “60% 정도는 광산의 규모나 오염정도가 미미해 큰 우려가 없지만 40%는 주변에 광해(鑛害)를 끼칠 가능성이 있으며 이중 약 200개는 시급히 복원 처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방어벽을 쌓거나 수(水)처리 해야

가장 시급한 일은 폐광에서 중금속이 나오지 않도록 철저히 차단하는 것이다. 중금속이 흘러나오지 않도록 둑을 쌓고(방어벽), 진흙과 깨끗한 흙, 잔디 등을 덮는 것(복토)이 가장 값싸고 세계적으로 널리 적용되는 방법이다.

폐광에서 산성의 오염된 폐수가 흘러나오는 경우에는 늪을 만들어 이를 해결해야 한다. 산성을 띤 폐수는 몇 개의 소택지를 통해 중화, 침전 과정을 거친다. 액체에 들어있는 중금속은 어렵지 않게 처리될 수 있다. 대구 달성광산과 부산 일광광산은 바로 이 소택지 처리기술을 적용했으며, 두 폐광은 성공적으로 복원처리된 몇 안 되는 사례에 속한다.

●토양 속 중금속 씻어내라

오염된 토양은 문제가 훨씬 복잡하다. 기술적으로 흙과 섞인 중금속을 100% 분리하기는 매우 어려운 데다 이미 농사를 짓고 있는 경우 정책적으로 해결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미국 캐나다 등지에서 널리 적용되는 토양 복원법은 오염된 흙을 씻어내는 방법이다. 세탁기에 세탁물을 넣고 돌리듯 흙을 세척액과 함께 넣고 씻어 오염물과 깨끗한 흙을 분리한다. 톤당 7만~8만원 정도가 드는 고비용 기술이다.

오염정도가 심하지 않다면 그냥 깨끗한 흙을 섞어주거나, 알칼리성인 석회를 넣어 중화시키는, 보다 쉽고 값싼 방법을 쓴다.

자연친화적인 식물 이용법도 있다. 겨자류 식물은 특히 중금속을 잘 빨아들인다. 해바라기, 담배, 인디안 겨자, 상추, 옥수수 등을 심어놓으면 이 작물들이 흙에서 양분을 빨아들이면서 중금속을 흡착한다.

정 교수는 “카드뮴을 가장 잘 흡수하는 것은 담배”라며 “토양의 카드뮴 함량이 1PPM이라면 여기서 자란 담뱃잎에는 8PPM이 들어있을 정도”라고 말했다. 물론 중금속 흡착용 담배를 피워서는 안 된다. 식물을 이용한 중금속 처리는 또 10~20년이 걸리고, 겨울에는 작동하지 않는다는 한계가 있다.

김희원기자 h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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