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퓨전기술 선도… 꿈의 '테라' 시대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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퓨전기술 선도… 꿈의 '테라' 시대 연다

입력
2006.09.12 0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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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이후 꿈의 ‘테라’(10의12제곱ㆍ기가의 1,000배) 반도체 시대를 열 토대가 마련됐다.”

11일 삼성전자가 40나노 32기가 낸드 플래시 메모리 제품을 세계 처음으로 개발한 것과 관련, 회사측의 한 임원은 이렇게 말했다. 삼성전자의 첨단 반도체 기술과 제품이 기가(10의9제곱) 반도체 시대를 넘어 테라 시대를 선도하며 앞으로 10여년간 세계 반도체 시장을 지배하게 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삼성전자가 이처럼 자신감을 갖는 것은 ‘CTF’(Charge Trap Flash)라는 신기술을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는 데서 비롯된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미래 플래시 메모리의 거대한 바다에서 40나노 32기가 낸드 플래시 개발이라는 물고기보다, CTF 낸드 기술이라는 던질 튼튼하고 촘촘한 새 그물을 만들었다는 데 더 주목해 달라”고 말했다.

이 기술은 전원이 꺼져도 정보가 지워지지 않는 플래시 메모리가 1971년 처음 개발된 이후 35년 동안 풀리지 않았던 반도체 업계의 난제를 해결했다는 데 그 의의가 있다. 지금까지 플래시 메모리의 경우 전하(電荷)를 도체(導體)에 저장, 회로간 선폭이 50나노 미만으로 가까워질 경우 간섭현상이 일어나 더 이상 회로 폭을 줄일 수 없었다. 그러나 ‘발상의 전환’을 통해 부도체에 전하를 저장함으로써 이러한 한계를 극복, 향후 플래시 메모리를 20나노 256기가까지 개발할 수 있는 신기원을 연 것이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는 메모리 반도체의 용량이 매년 2배로 커진다는 황창규 사장의 반도체 신성장론(이른바 황의 법칙)을 증명함은 물론, 세계 반도체 업계 최강자의 위상을 다시 한번 과시했다. 삼성전자는 또 앞으로 10년간 250조원(누계)에 달할 것으로 기대되는 CTF 채택 낸드 플래시 시장에서 주도권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

우리나라 전체로도 미래 반도체 분야의 주도권을 지속할 수 있는 교두보를 마련하게 됐다. 우리나라는 또 삼성전자가 이번 기술 개발과정에서 모두 155개의 원천특허와 개량특허를 확보함으로써 반도체 분야 지적재산권 강국으로서도 도약할 수 있게 됐다.

삼성전자의 신기술로 개발된 낸드 플래시를 탑재한 디지털 기기는 더욱 편리하고 인간적인 디지털 환경을 불러올 것으로 보인다. 2008년 관련 제품이 상용화할 경우 MP3플레이어에 1만6,000곡의 노래, 휴대폰이나 PMP엔 DVD 40편의 영화를 저장해 갖고 다니면서 즐길 수 있게 된다. 메모리 카드에는 신문 400년치 정보를, 내비게이션엔 5대양 6대주의 초정밀 지리 정보를 담을 수가 있고 캠코더는 64시간이나 녹화할 수 있다. 고용량과 초고속의 플래시메모리가 주도하는 디지털혁명인 ‘플래시토피아’(Flashtopia) 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리는 것이다. 황 사장은 “반도체 기술이 인간의 뇌를 닮아감으로써 전반적인 삶의 질 향상을 위한 전혀 새로운 가치가 창조될 것”이라고 내다 봤다.

한편 삼성전자는 이날 인텔이 시장우위를 점하고 있는 노어 플래시 메모리를 공략할 차세대 신물질 메모리 512메가 P램과, 하나의 칩 위에 여러가지 특성의 반도체 핵심 기능을 한 데 모은 신개념 하이브리드 드라이브용 시스템온칩 신제품을 함께 발표했다. 삼성전자로선 메모리와 비메모리를 아우르는 반도체 업계의 절대 강자로 우뚝 서겠다는 야심을 천명한 셈이다.

박일근 기자 ikpark@hk.co.kr

●반도체 용어풀이

나노(nano)는 10억분의 1을 뜻하는 용어다. 반도체의 정교함을 말할 때 1나노는 10억분의1m를 뜻한다.

테라(tera)는 기가의 1,024배에 해당한다. 보통 1바이트는 영문자 하나를, 2바이트는 한글이나 한자의 한 글자의 용량이다. 1,024바이트는 1킬로바이트, 1,024킬로바이트는 1메가바이트, 1,024메가바이트는 1기가바이트가 되는데, 1,024기가바이트가 바로 1테라바이트다.

플래시메모리는 전원이 끊겨도 저장된 정보가 지워지지 않는 기억장치를 말한다. 플래시메모리에는 낸드(NAND)와 노어(NOR) 두 가지 종류가 있다. 삼성전자가 주도하고 있는 낸드(데이터저장형) 메모리는 저장용량이 크고, 인텔, AMD가 주도하는 노어(코드저장형) 메모리는 처리속도가 빠르다는 장점이 있다. 낸드 플래시메모리는 MP3플레이어, 디지털카메라, 휴대용 저장장치에 사용되고, 노어 플래시메모리는 주로 휴대폰에 쓰인다.

P램(Phase-change RAM)은 상태 변화를 이용해 데이터를 저장하는 차세대 반도체를 뜻한다. P램은 전원이 끊겨도 저장된 정보가 지워지지 않는 플래시메모리의 장점과, 전원이 끊어지면 저장된 자료가 소멸되지만 빠른 처리속도를 자랑하는 디램의 장점을 모두 가지고 있다. 2004년 8월 삼성전자가 세계 최초로 64메가바이트 P램을 개발했으며, 향후 지금의 플래시메모리를 대체할 것으로 기대된다.

시스템온칩(SoC)은 여러 가지 기능을 가진 시스템을 하나의 칩으로 구현한 기술집약적 반도체를 말한다. SoC 등장 이전의 무선 단말기에는 통신모뎀 기능을 하는 반도체와 컴퓨터 기능을 담당하는 반도체가 분리되어 있었으나 무선통신(모바일) 기능, 슬림 디자인이 중요해지면서 SoC가 핵심기술로 떠올랐다. 이 반도체를 구현하기 위한 필수적인 기술이 바로 나노기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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