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이야기로 온 나라가 시끄럽다. 그런데 바다이야기를 단속하였더니 이번에는 이동식 트럭 환전소까지 등장하는가 하면, 바다이야기를 변형한 주변의 다른 게임업소에 손님이 몰려든다고 한다. 문제의 발단은 극도로 사행성이 심한 성인오락을 허
용한 것 때문이라고 하지만, 한 번 더 생각해 보면 이러한 오락을 즐기는 수요층이 그만큼 많기 때문이다.
● 공짜 바라는 사회병리현상
그렇다면 이처럼 사행성 게임에 대한 수요가 많은 이유를 꼭 한번 생각해 보아야 한다. 원론적으로 말하자면, 사람들은 대부분 너나없이 공짜를 좋아한다. 그리고 이러한 공짜를 바라는 마음이 발현된 대표적 예가 사행성 게임이다.
사행성 게임을 만드는 사람이나 즐기는 사람이나 알고 보면 똑 같이 사행심이라는 공통분모를 가지고 있다. 양자의 차이점은 한쪽은 이러한 심리를 이용하여 다른 사람들을 자신의 영업에 끌어들이는 것이고, 다른 한쪽은 이들의 영업 전략에 끌려들어간다는 것일 뿐이다.
공짜를 바라는 심리상태가 극단적으로 표현된 또 하나의 예는 요즘 논란이 되고 있는 소위 '된장녀'라고 하는 인터넷상의 신조어가 아닐까 하고 생각해보았다. 외국의 고급 명품이나 문화를 좇아 허영심이 가득찬 삶으로 일관하여 한국 여성의 정체성을 잃은 여자를 의미한다고 정의되는 이 단어는 과연 이러한 용어 자체가 바람직한 표현인지 특히 이러한 표현으로 전체 여성들을 매도하는 것은 아닌지 개인적으로 의문도 크다.
그러나 일단 이 단어가 포착하고 있는 심리상태만을 보자면, 자신의 노력에 의해 보다 나은 미래를 일구어 가려는 노력보다는 명품 하나를 걸쳐서 남들에게 그럴싸하게 보이려는 것이니 다름 아닌 공짜를 바라는 마음이 깊이 깔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얼마 전에 언론에 크게 보도된 명품시계 사기사건 역시 필자로서는 같은 맥락의 사건으로 생각된다.
그런데 우리에게 명품으로 알려진 소위 진짜 명품들조차도 따지고 보면 그 가격에 비하여 원가 내지 실 효용성은 크지 않은 경우가 많이 있다고 한다.
이런 관점에서 명품과 가짜 명품의 차이는 오랜 기간의 허영심 마케팅이 성공하여 원가의 수십 배 가격을 받아도 소비자로부터 원성을 듣지 않도록 자리를 잡은 브랜드와 그렇지 못한 신생 브랜드의 차이점 정도라고 말한다면 너무 지나친 것일까. 요즘 들어 부쩍 이러한 사회적 병리현상이 크게 문제되는 것은 무슨 이유일까.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대부분의 인간이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는 허영심 내지 사행심이 오늘을 사는 우리 국민들에게만 특별히 많은 것은 아닐 것이다. 요즘 우리는 사행성 게임을 누가 어떻게 허용하였는지 책임소재 규명에만 관심을 쏟는 것 같다.
물론 책임 규명은 중요하며, 철저히 책임소재를 밝혀 이러한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하여야 한다. 그러나 근본적으로 중요한 것은 우리의 마음을 바로잡는 것이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현재보다 나은 미래를 원하기 마련이고, 이러한 사람들의 희망 속에는 당연히 물질적 풍요를 꿈꾸는 것도 들어 있다.
그런데 향후 더 나아지기를 바라는 희망에는 자칫 잘못하면 요행을 바라는 마음의 유혹이 도사리고 있다. 요행을 바라게 되는 것은 보다 쉬운 방법으로 단기간 내에 당면한 경제적 문제를 해결하거나 남들보다 잘난 사람으로 대접 받고 싶다는 욕망 때문이다.
● 건전한 이웃들 재인식해야
상상도 하지 못할 막대한 액수의 정치자금이 오가고 자고 일어나면 부동산 가격이 뛰는 사회 분위기 속에서는 열심히 일해서 한푼 두 푼 아끼는 소시민적 삶이 필자 역시도 너무도 어리석게 느껴질 때가 있다.
그러나, 실상 알고 보면 각종 언론에 발표되는 비리문제는 각 해당 분야에서 극히 일부의 예외에 불과하다는 점과 매일 매일 말없이 열심히 살아가는 내 이웃들이 대한민국의 대다수 건전한 국민의 모습이라는 점을 우리 모두가 재인식해야 할 때이다.
최윤희 건국대 법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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