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최근 평양 주재 중국ㆍ러시아 외교관들과의 간담회에서 핵 실험 강행 의지를 피력했다고 한다. 영국 데일리 텔레그래프의 평양발 보도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미국의 금융제재조치에 분통을 터뜨리며 미국의 입장을 변화시키기 위해 모든 수단을 사용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제사회의 강한 경고와 우려에도 미사일 시험발사를 강행한 북한이고 보면 단순한 으름장만은 아닌 것 같다.
그러나 핵 실험이 김 위원장의 생각대로 미국의 입장을 변화시킬 수단이 될 수는 없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물러서기는커녕 유엔안보리 결의를 이끌어내 대북 압박을 한층 강화하고 있는 미국이다. 북한 핵실험을 계기로 동북아에서 벌어질 핵개발 경쟁 심화 등은 미국에도 큰 부담이겠지만 그렇다고 북한의 협박에 순순히 태도를 바꿀 미국이 아니라는 점을 김 위원장은 알아야 한다.
북한이 미사일 발사를 강행했을 때 국제사회는 한 목소리로 규탄했다. 유엔안보리에서 북한을 두둔해 오던 중국과 러시아가 처음으로 대북결의에 동참한 것도 국제사회의 여론을 거스를 수 없기 때문이었다.
북한이 핵실험을 강행한다면 국제사회의 비난 강도는 미사일 발사와 비교도 되지 않을 것이다. 김 위원장은 간담회에 참석한 외교관들이 "핵실험을 강행할 경우 오랜 동맹관계를 유지해온 러시아와 중국으로부터도 고립을 자초할 가능성이 높다"고 충고한 것을 귀담아 들을 필요가 있다.
어제 핀란드에서 폐막된 아시아 유럽정상회의도 의장성명을 통해 북한의 핵 프로그램 포기와 6자회담 복귀를 촉구함으로써 북한에 다시 한번 경고를 보냈다.
이에 앞서 노무현 대통령과 중국의 원자바오 총리는 회담에서 6자회담의 조속한 재개와 9ㆍ19 베이징 공동성명 이행이 바람직하다는 데 의견을 같이 했다. 한중 양국은 미국의 대북제재 일변도에는 반대한다는 입장이지만, 그렇다고 북한의 핵실험까지 용인할 수는 없다. 9ㆍ19공동성명 1주년을 맞아 북한은 과연 무엇이 생존의 길인지를 현명하게 판단해야 할 것이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