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달 11일 오전 10시, 일본인 회사원 O(38)씨는 전화를 받고 서울 이태원의 한 유흥업소로 갔다. 방 안에는 O씨가 일본에서 M사이트를 통해 미리 점찍어 놓은 사진 속의 모델과 비슷한 외모의 20대 여성 5명이 기다렸다. O씨는 그 중 한 명을 골라 쇼핑과 관광을 즐겼고, 강남의 특급호텔에서 다음날 아침까지 함께 보낸 뒤 50만원을 지불했다.
성매매 특별법 이후 단속이 강화되면서 인터넷을 이용한 신종 ‘기생관광’이 판을 치고 있다. 과거 일본인 관광객을 상대로 호텔 로비에서 즉석만남을 알선한 것과 달리 인터넷을 통해 미리 고를 수 있기 때문에 한층 은밀해진 맞춤형 성매매다.
국가정보원과 경찰은 11일 일본인 남성과 한국인 여성간의 성매매를 알선한 인터넷 사이트의 운영자와 성매매 여성 등을 무더기로 적발했다. 인터넷을 통한 외국인 성매매가 적발된 것은 처음이다.
경찰에 따르면 정모(34)씨와 일본인 W씨는 지난 해 9월 일본어로 된 M사이트를 개설, 홈페이지에 한국 연예인과 모델의 사진을 띄워놓고 한국에 장기체류 하거나 출장이 잦은 일본인 회원을 모집했다.
남성들은 익명성을 보장 받고, 여성들은 한국인 현지처 역할을 할 경우 높은 수입이 생길 수 있다는 기대감에 흔쾌히 성매매에 응했다. 성매매 여성들은 수입의 절반을 가져갔고 나머지는 운영자와 포주 정모(42ㆍ여)씨가 알선료 명목으로 챙겼다. 이들 여성은 패션디자이너와 전직 대기업 사원, 대학생 등 다양했다.
서울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는 이날 74회 성매매를 알선하고 1,700만원을 챙긴 정씨 등 3명을 구속하고 성매매 여성 이모(27)씨 등 22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김광수 기자 rolling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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