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니스 황제’ 로저 페더러(1위ㆍ스위스)가 테니스 역사를 통틀어서도 지존으로 올라설 수 있을까.
페더러는 11일(한국시간) 뉴욕 빌리진킹 내셔널테니스센터에서 벌어진 올 시즌 마지막 메이저대회인 US오픈(총상금 189억원) 남자단식 결승에서 앤디 로딕(10위ㆍ미국)을 3-1(6-2 4-6 7-5 6-1)로 제압, 3연패를 달성하며 개인 통산 9번째 메이저 왕관을 썼다. 대회 3연패는 이반 랜들(85~87년) 이후 19년 만이고, 윔블던과 US오픈을 3년 연속으로 우승한 것은 페더러가 처음이다.
그의 현재 나이는 25세1개월10일. 이제 피트 샘프러스(미국)가 보유한 최다 메이저대회 우승기록(14개)을 넘어서는 것도 꿈만은 아니다. 32세의 나이로 은퇴한 샘프라스와 비교하면 페더러에겐 아직 7년의 세월이 더 남아 있다.
▲페더러 vs 샘프라스
페더러는 현역 최고다. 그렇다면 역대 지존으로 손꼽히는 테니스 스타들과 견준다면 어떨까. 로드 레이버(호주), 비외른 보리(스웨덴) 등 다른 세대의 테니스 스타들과 비교하는 것은 쉽지 않은 문제지만 현 페이스만 놓고 본다면 페더러를 따를 자가 없다.
페더러는 2003년 윔블던 우승으로 메이저 첫 타이틀을 딴 것을 시작으로 3년 만에 9개의 메이저 타이틀을 따냈다. 한 시즌 3개의 메이저 정상을 독식한 것도 무려 3번이다. 메이저 최다 우승을 자랑하는 샘프러스도 90년 US오픈 메이저 첫 우승 뒤 9번째 정상에 오르기까지 7년이 걸렸다.
페더러와 샘프러스는 딱 한 차례 맞붙었다. 2001년 윔블던 16강전서 당시 무명이었던 페더러는 31연승을 달리던 샘프러스를 풀세트 접전 끝에 물리치는 이변을 연출했었다. 샘프러스는 “페더러는 베이스라인에서 네트로 돌진하는 움직임이 뛰어나고, 포핸드와 백핸드도 대단히 탁월하다. 하지만 발리와 서비스는 내가 더 나은 것 같다”고 자평한 바 있다.
▲‘옥의 티’는 프랑스오픈
하지만 페더러를 가장 위대한 선수로 꼽기를 주저하는 전문가들은 의외로 많다. 페더러가 공격 당하는 가장 큰 이유는 68년 이후부터 프로 선수들의 메이저대회 참가가 허용됐다는 것. 레이버는 아마추어시절 9차례 우승을 차지한 뒤 프로 참가를 자제했다. 그가 꾸준히 메이저대회에 출전했다면 20회 이상의 우승도 가능했다는 가설이 설득력을 갖는 이유다.
또 프랑스오픈 우승을 이루지 못해 아직 커리어 그랜드슬램(4대 메이저대회를 시기에 상관없이 모두 우승하는 것)을 달성하지 못한 것이 그의 최대 약점이다. 돈 벗지가 38년 그랜드슬램의 신화를 개척했고, 레이버는 62년과 69년 두 번이나 그랜드슬램의 위업을 달성했다. 프레드 페리와 로이 에머슨, 앤드리 애거시 등은 커리어 그랜드슬램을 이뤘다.
▲걸어다니는 기록제조기
클레이코트의 약점을 안고 있지만 잔디코트 48연승과 하드코트 56연승 신기록을 보유한 페더러의 기량은 역대 누구보다도 뛰어나다는 평을 받고 있다. 최연소 ‘톱100’(18세4개월)을 시작으로 사상 첫 메이저대회 결승전 7연속 승리, 사상 첫 단일시즌 클레이코트-잔디코트-하드코트 우승, ‘톱10’ 랭커 상대 18연승, 샘프러스(93~94년) 이후 첫 메이저대회 3연속 우승 등 페더러의 기록 행진은 계속되고 있다.
오미현 기자 mhoh25@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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