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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00리 한강의 모습 350m 화폭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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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00리 한강의 모습 350m 화폭에

입력
2006.09.11 0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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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를 가로 지르는 ‘민족의 젖줄’ 한강이 길이 350m의 화폭 속에서 다시 태어났다. 원로 한국화가인 혜촌 김학수(87) 화백이 역대 최장 길이의 ‘한강대전도’를 완성, 15일~10월10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미술관에서 전시한다.

김 화백이 한강을 붓으로 표현해야겠다고 마음 먹은 때는 1958년. 틈틈이 한강 유역을 답사하며 이를 스케치한 김 화백의 의지는 67년 각각 길이 25m인 ‘양평유역’과 ‘단양유역’ 두 점의 그림으로 처음 구체화했다. 그는 “73년 어쩐지 미진한 생각이 들어 1,300리 한강 전체를 담기로 결심했다”고 말했다. 구상부터 완성까지 한강전도는 48년의 성상(星霜)을 거친 셈이다.

350m에 달하는 그림을 담기 위해 가로 20m, 세로 50㎝ 가량의 한지 두루마리 26개가 동원됐다. 각각의 두루마리는 한강의 특정 유역을 보여주는 개별작품인 동시에 하나의 거대한 작품이 되는 것이다.

그림은 한강의 발원지인 오대산 우통수에서 시작해 한강이 서해와 맞닿는 강화도 앞 바다에서 끝을 맺는다. 김 화백이 붓으로 재탄생 시킨 한강은 댐과 호수가 들어선 현재의 모습이 아니라 초가집들이 숨어 앉은 100년쯤 전 옛 시절의 풍경이다. 강안을 따라 펼쳐지는 풍경은 강물의 흐름과 함께 시간도 흐르는 것으로 묘사된다.

잔설이 드문드문 보이는 오대산의 초봄으로 출발해 여름 가을 겨울과 봄을 거쳐 다시 한여름의 모습으로 이어진다. 공간으로서의 한강뿐만 아니라 시간으로서의 한강이 함께 들어가 있는 것. 큐레이터 임연숙씨는 “김 화백의 강한 역사의식과 민족애가 담긴 대작으로 예술적으로도 매우 놀라운 작품”이라고 평가했다.

김 화백은 평양에서 태어나 소학교를 마친 후 이당 김은호와 소정 변관식에게 사사했으며 역사풍속화와 종교화를 주로 그려왔다.

오미환기자 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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