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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욱 개인전 '양어장'/ 결박·감금…연민의 인간모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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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욱 개인전 '양어장'/ 결박·감금…연민의 인간모독

입력
2006.09.11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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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줏간 고깃덩어리와 하나도 다를 게 없다. 우리들 인간은 사실 걸어다니는 가죽자루가 아닌가.

아라리오 서울에서 열리고 있는 이동욱 개인전 ‘양어장’(Breeding Pond)을 보면 그런 생각이 든다. 새삼스러울 건 없지만, 불쌍하다, 몸뚱이!

작가는 한 손에 잡힐 만큼 작은 인간들을 빚어서 오븐에 구웠다. 하기는 고기는 오븐에 굽는 거다. 부드러운 찰흙을 조물락거려 근육과 표정을 생생하게 살리고 색칠했다. 갓난 아기의 그것처럼 연약해 보이는 분홍색 살덩어리가 놀랄 만큼 섬세하고 사실적이어서 오히려 엽기적이다. 게다가 이 벌거벗은 작은 인간들은 대개 아주 불편한 자세를 취하고 있어서 관객을 더 불편하게 만든다. 화분 받침에 대충 포개져 있거나, 유리병 안에 쭈그리고 들어 앉았거나, 팔다리가 묶인 채 매달려 있거나, 쇠줄을 목에 칭칭 감고 있다. 병뚜껑에 붙여놓은 잘린 머리통, 피살된 시체처럼 자빠진 몸뚱이도 있다.

‘양어장’이라는 전시 제목은 어항에 갇힌 물고기 신세 같은 인간의 조건을 가리킨다. 여기에 가장 잘 어울리는 작품이 ‘인어’일 것이다. 호리호리한 몸매의 이 남자 인어는 뚜껑 없는 유리 상자 안에서 온 몸을 결박당한 채 허공에 매달려 헤엄치고 있다. 잔인한 상황이다.

당신은 염세적인가. 악취미를 즐기는가. 올해 서른 살, 순하고 둥글둥글한 표정의 작가는 아니라고 했다. 그러면, 왜? 한참 있다가 그는 ‘연민’이라는 말을 꺼냈다. 흠…. 하기는 그가 만든 이 작은 인간들을 냉소의 눈길로 바라보기는 힘들다.

그는 어릴 때부터 수십 마리의 물고기를 키웠고, 온갖 작은 것들을 수집했고, 작은 것들을 갖고 노는 게 재미있어서 작은 조각을 만들게 되었다고 설명했다. 수집과 관찰의 취미가 작품에 어떻게 침투했는지 보여주기 위해 자신이 수집한 유리병, 깡통, 플라스틱 소품 등 자질구레한 잡동사니를 전시장 한 쪽 선반에 진열해 놓았다.

이번 전시는 2003, 2004년에 이은 세 번째 개인전이다. 올해 초 이탈리아에서, 이번 가을 런던에서 단체전에 참여하는 등 해외에서도 많이 주목받고 있는 작가다. 전시는 10월 8일까지. (02)723-6190

오미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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