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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섹션-공부야 놀자/ 김송은의 자기주도학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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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섹션-공부야 놀자/ 김송은의 자기주도학습

입력
2006.09.11 0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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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부재언(心不在焉)이면 시이불견(視而不見)하고, 청이불문(聽而不聞)하며, 식이부지기미(食而不知其味)다.‘ 대학(大學)’에나오는 말이다. 마음이 떠나면 보아도 보이지 않고, 들어도들리지 않으며, 심지어 음식을 먹어도그맛을 전혀 알지 못한다는이야기다.

학생들의 공부와 관련하여 이처럼 절대적으로 동감하는 말도 흔치 않다. 곁에서 누군가 목에 울대를 세우고 아무리 잔소리를 해도, 아이의 마음이 동하지 않으면 소용없다. 좋은 교재를 골라 중요한내용에 밑줄까지 그어주며 눈앞에 들이밀어도 보이지 않는다. 유명선생님을 물색하여 현란한 강의를 들려주어도 들리지 않는다.

심지어 때 맞춰가며 총명함을 북돋는다는 보약을 달여 바쳐도, 맛도 모를 뿐만 아니라 효과도 신통치 않다. 공부에 마음이 없는 아이와 그럴수록 더욱 조바심에 몸이 단 부모 사이의 골은 이처럼해결책을 모른채깊어만 간다. 새 학기가 시작되었다. 고역스러운 여름이 저물고 아침저녁으로 찬바람이 분다.

학기가 바뀔 때마다 학생들은 습관처럼 새로운 계획을 세운다. 매일 영어 단어를 몇 개씩 외우겠다, 복습을반드시 하겠다, 수학은 무슨 책을 얼마큼씩 빠뜨리지 않고 공부하겠다, 등등 공부와 관련해서는 결심해야할 것도 많고 달성해야 할 목표도 끝이 없다. 그러나 잠시 숨을 고르고 자신이 세운 계획을 차분히 반성해 보자. 해야 할 공부 목록을 줄 세워 놓은 것이 새로운 결심의 전부라면 그것은 완벽한 것이 아니다.

계획과 실천이 물과 기름처럼번번이 따로 노는 학생이라면, 이번에는좀더신중할 필요가있다. 내마음을 들여다보자. 과연 나와의 약속을 지킬 의지가내게있는가. 황금의 꽃처럼 굳고 빛나던 결심들이 무너져 내릴때그것을 어떻게 막을 것인가. 자신의 마음에 대한‘단도리’ 방안이 빠진 계획이라면 그 어떤 공부 전략도 오래가지 못할 것이다.

학기가 시작될 때마다 학부모와 학생들은 조급해진다. 학생들에게 있어서 학기가 바뀌었다는 것은 최종 입시와 조금씩 가까워지고 있다는 것과 같은 의미다. 조바심이 일어나는 것도 당연하다. 방학동안 한껏 늘어졌던 나태함도 한시바삐 재정비해야한다. 빡빡한 스케줄로써 심기일전을 노린다. 그러나 이미 몸에 스며든 나른한 정신이 그저 학원 과외 시간을 늘린다고 재정비 될리 만무하다. 바쁜 일정도 익숙해지면 그만일 뿐이다.

새술은 새부대에 담아야 한다는 말이 있다. 새로운 내용은새로운 형식을 요한다는 이야기다. 새로운 결심은 새로운 마음가짐을 단단히 다진 그 위에 얹어야 된다는 뜻으로 의역해도 무방할 것 같다. 반석처럼 단단한 마음 위에 세운 결심은 쉽사리 무너지지 않는다.

모래 위에 쌓은 결심은,작은 미풍에도 부연 흙먼지를 덮어 쓴채청신함을 잃고 붕괴되기 일쑤다. 당사자의 진지하고 굳건한 결심이 생략된 채 진행되는 학습은, 학생에게 전혀보이지도, 들리지도, 느껴지지도 않을것이다.

이제 다시새출발이다. 우선새 학기에 나 스스로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명경(明鏡)처럼맑게 닦은 마음을 들여다볼일이다. 전력은 전심과 전념을 요한다.

김송은 학습전문가·에듀플렉스 대치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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