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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S오픈 ‘요정 품에’

입력
2006.09.11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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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시즌 마지막 메이저대회인 US오픈(총상금 189억원)테니스 여자단식 결승전이 열린 10일(한국시간) 뉴욕 빌리진킹 내셔널테니스센터. 2004년 윔블던 우승 이후 5차례나 메이저대회 4강에서 탈락해 ‘4강 전문 선수’라는 오명을 안았던 마리아 샤라포바(세계랭킹 4위ㆍ러시아)는 그토록 고대해온 우승이 확정되자 제일 먼저 자신의 영원한 코치이자 후견인인 아버지 유리 샤라포바를 찾아 뜨거운 포옹을 나눴다.

극성스런 아버지의 태도 때문에 이번 대회서도 어김없이 구설수에 올랐지만 아버지는 샤라포바의 진정한 영웅이었다. 네 살배기 딸에게 처음 라켓을 쥐여준 사람도, 단돈 700달러를 들고 일곱 살 난 어린 딸의 손을 잡고 낯선 미국으로의 테니스 유학을 결행한 이도 아버지였다.

딸 뒷바라지를 위해 건설현장과 식당 등지에서 닥치는 대로 일을 했고, 어깨너머로 배운 테니스 실력으로 스트로크와 발리도 가르쳤다. ‘테니스 요정’이 탄생한 배경이다.

샤라포바가 2년 여 만에 메이저대회에서 승리의 괴성을 포효했다. 샤라포바는 이날 올 프랑스오픈 챔피언 쥐스틴 에넹(2위ㆍ벨기에)을 2-0(6-4 6-4)으로 꺾고 19세의 어린 나이에 생애 2번째 우승컵을 품에 안았다. 코트 위에서 껑충껑충 뛰고 즐거워하던 샤라포바는 기쁨을 주체하지 못한 나머지 우승 트로피를 하늘 높이 들어 보이다가 뚜껑을 떨어뜨리는 해프닝을 빚기도 했다.

97년 마르티나 힝기스 이후 처음으로 한 시즌 4개 메이저대회 결승 진출의 기염을 토했던 에넹은 “오늘의 샤라포바는 투사 같았다. 나에게 좀처럼 기회를 주지 않았다”고 패배를 시인했다. 이번 대회 우승으로 세계 1위 등극까지 노렸던 에넹의 꿈도 물거품 이 됐다.

전날 아밀리 모레스코(1위ㆍ프랑스)를 꺾기 전까지 번번이 메이저대회 4강 문턱을 넘지 못해 ‘감정을 제어하지 못해 아직 멀었다’는 혹평을 받기도 했던 샤라포바는 “메이저대회 타이틀은 돈으로도 살 수 없는 것”이라고 감격해 했다.

한편 남자 단식에선 ‘황제’ 로저 페더러(1위ㆍ스위스)가 이날 열린 4강전에서 니콜라이 다비덴코(6위ㆍ러시아)를 3-0(6-1 7-5 6-4)으로 꺾고 6개 메이저대회 연속 결승 진출의 위업을 달성했다. 페더러는 미하일 유즈니(54위ㆍ러시아)의 돌풍을 일축한 ‘강서버’ 앤디 로딕(10위ㆍ미국)을 상대로 대회 3연패에 도전한다.

또 남녀 테니스 통산 최다 우승 기록(352회)을 보유중인 ‘철녀’ 마르티나 나브라틸로바(50ㆍ미국)는 봅 브라이언과 조를 이룬 혼합 복식에서 쿠에타 페쉬케와 마틴 댐을 2-0(6-2 6-3)으로 꺾고 자신의 59번째 메이저 타이틀을 추가했다.

오미현기자 mhoh25@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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