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수이볜(陳水扁) 대만 총통이 제2의 대규모 파면 운동에 직면하면서 정치적 운신 폭이 급격히 축소되고 있다. 최근 천 총통의 부인 우수전(吳淑珍)이 갑자기 입원하는 등 천 총통의 딱한 집안 사정과 스캔들도 여론의 초점이 되고 있다.
9일 타이베이(臺北) 총통 집무실 앞에서 열린 20만 명 규모의 천 총통 퇴진 요구 집회는 총통 파면 운동의 제2막을 알리는 신호탄이다. 참가자들은 엄지손가락을 아래로 향하는 집단 제스처로 총통의 하야를 촉구했고, “탐욕과 부패와 함께 총통은 물러나야 한다”는 피켓을 흔들어댔다.
이번 집회는 6월 말 대만 입법원에서 일치단결한 민진당 의원들의 반대로 총통 파면안이 부결된 뒤 잠잠해진 퇴진 운동 열기를 재점화했다는 측면 뿐만 아니라 여당인 민진당의 분열 조짐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예사롭지 않다. 스밍더(施明德) 전 민진당 주석이 ‘백만인 반부패 운동’이라는 명분으로 이번 집회를 주도했기 때문이다.
종전의 하야 운동이 국민당 주도였다면 이번에는 민진당 내 반 천 총통 계열의 인사까지 가세하는 형국이다. 스밍더는 “총통이 퇴진하지 않으면 천 총통 임기 종료일인 2008년 5월까지 혼란이 거듭될 것”이라고 압박했다. 이날 집회에 참가한 마잉주(馬英九) 국민당 주석은 “총통 파면안을 입법원에 다시 상정하겠다”며 민진당의 분열을 염두에 둔 정치공세를 폈다.
베이징=이영섭 특파원 youn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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