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가다 넘어질 뻔하는 일이 많다. 간혹 넘어지기도 한다. 평지에서도 곧잘 그런다. 대체 뭐가 내 균형을 깨뜨렸는지 궁금해 길바닥을 샅샅이 살피면, 얕게 팬 곳일 때도 있고 공깃돌보다 작은 돌멩이일 때도 있다.
내 구두바닥이 그런 것들을 만나면 영락없다. 남 보기에 멀쩡한 길에서 일쑤 그 모양이니 원인을 생각해 보지 않을 수 없다. 우선 걸음걸이가 문제인 듯. 아무리 빨리 걷더라도 한 발은 늘 안정적으로 길바닥에 닿아 있어야 하는데, 마치 대충대충 씹어 삼키듯 발을 옮기는 것이다.
다음은 구두. 나는 굽 낮은 신을 싫어한다. 그런 걸 신고 걸으면 땅바닥으로 푹 꺼져 들어가는 듯 기분이 축 처진다. 그래서 늘 굽 높은, 그것도 통굽 신을 신는다. 내가 만족할 만한 높이의 하이힐은 신고 걷기 힘들기 때문이다. 그런데 통굽이라는 것은 힐보다 더 발목에 위험한 물건이다.
얼마 전 정강이를 좀 심하게 다쳤을 때, 어쩌면 굉장한 것일지도 모를 발견을 했다. 열흘쯤 ‘안티프라민’을 집중해서 발랐는데, 그 부위가 까매졌다. 살펴보니 털이 수북이 자라 있었다. 나로선 원치 않는 부작용이라 당장 중지했지만, 놀라운 발모 효과였다.
시인 황인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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