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ㆍ11 테러 5주년은 이라크전 정보왜곡 논란, 이라크 내전 비화 가능성, 이라크 주둔미군의 철수를 둘러싼 갈등, 도널드 럼스펠드 국방장관 사퇴 공방 등 끊임없는 정쟁거리를 만들어 왔다.
특히 지난 1년 동안 9ㆍ11이 정쟁의 도구로 전락하는 속도는 더욱 빨라졌고 11ㆍ7 중간선거를 2개월도 남겨놓지 않은 최근 들어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미 외교협회(CFR)의 마이클 모란 연구원은 “이번 중간선거는 미 역사상 보기 드물게 외교정책이 주요 이슈로 부각되는 선거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9ㆍ11 테러로 촉발된 테러와의 전쟁, 이라크전 등에 대한 정쟁과 이에 대한 유권자들의 반응이 선거의 핵심 변수가 될 것이라는 얘기다.
이라크전을 둘러싼 최근의 정쟁은 막무가내식의 독선과 이에 대한 대안 없는 비판이 대세를 이루는 양상이다. 민주당은 이라크전의 실패를 조지 W 부시 대통령과 공화당에 대한 공격의 제1표적으로 삼고 있다.
이라크전 미군 희생자가 3,000명에 육박하고 있고 이라크전에 대한 미국내 반전 여론이 60%를 넘어서고 있는 상황에서 민주당으로서는 이라크전 때리기 만큼 손쉬운 선거전략도 없다. 그러나 민주당은 이라크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과연 이라크 주둔 미군을 조기에 철수시키는 것이 옳은가 등의 대안은 확실히 밝히지 않고 애매한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부시 대통령은 ‘공격이 최선의 방어’라고 여기는 듯 9월4일 노동절 이후 국민들을 상대로 연일 안보공세를 이어가고 있다. 부시 대통령은 이라크전 실패를 희석시키기 위해 이라크전을 ‘테러와의 전쟁’의 중요한 축으로 다시 부각시키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
9ㆍ11 테러의 주범인 오사마 빈 라덴에 대한 언급 횟수를 부쩍 늘리고 미 본토에 대한 테러위협이 아직 사라지지 않았음을 경고하면서 이라크전에서의 희생을 감수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이에 대해 해리 리드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는 “부시 대통령의 주장은 처음 나온 것이 아니고 항상 그 얘기가 그 얘기”라고 평가절하하면서 “공화당은 9ㆍ11의 교훈을 망각했고 그 결과 미국을 안전하게 하는 데 실패했다”고 비난한다.
또 민주당은 부시 대통령이 최근 미 중앙정보국(CIA) 해외 비밀감옥을 인정하는 등 안보문제를 집중 언급하는 것은 실패를 자인하는 것이라고 공격하고 있다.
민주당의 공세로 8일 미 상원 정보위에 의해 공개된 2005년 10월의 CIA 평가보고서도 또 다른 정쟁거리를 던져주고 있다. 사담 후세인 전 이라크 대통령은 알 카에다와 관계가 없다는 이 보고서에 대해 민주당 존 록펠러 의원은 “정부가 9ㆍ11 직후 국민들의 안보불안감을 악용, 후세인과 알카에다를 연결시켰다”고 비판했다.
공화당 소속 팻 로버츠 정보위원장은 “그 내용은 이미 알려진 것”이라며 선거를 앞둔 정치공세 중단을 민주당에 요구했다. 부시 대통령은 11일(미국시간) 백악관 대국민 연설을 통해 다시 정쟁의 중심에 서게 된다.
워싱턴=고태성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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