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생들이 붓과 물감으로 시골 마을을 아름답게 바꿔가고 있다.
충남 서천군 한산면에 가면 시골 답지 않게 산뜻하고 예쁘다는 인상을 받게 된다. 건물은 여느 시골과 다름 없지만 외벽을 멋진 벽화들이 장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예술의 향기를 덧칠하는 주인공은 충남애니메이션고 김인규(44) 교사와 학생들이다. 김 교사는 지난 2000년 서천 비인중학교 재직시설 자신과 아내의 알몸을 인터넷에 올려 파문을 일으킨 적이 있지만 지금은 벽화 전도사로 왕성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김 교사는 지난해 7월 면사무소의 요청을 받고 벽화 그리기에 나섰다. 당초 2학년의 미술실기 및 방과후 활동으로 작업을 시작했으나 해를 넘기며 전교생 180여명이 모두 참여하는 작업으로 확대됐다.
먼저 주민들이 많이 사용하는 버스정류장이 학생들의 손길로 확 바뀌었다. 우중충하고 을씨년스러웠던 정류장 외벽은 커다랗고 시원한 나무와 그 밑에서 뛰노는 어린이들의 활기찬 그림으로 들어찼다. 이 디자인은 학생들이 사전에 주민들을 인터뷰해 의견을 수렴하고 여러 차례 토론을 거쳐 만들어졌다.
정류장에 이어 낡은 노인건강교실 건물도 아름다운 꿈의 궁전으로 바뀌었다. 면사무소와 파출소, 보건소 외벽도 산뜻하게 변했다.
학생들은 도안, 캐릭터, 회화 등 각각의 전공 특기를 유감없이 발휘했다. 한산 모시로 유명한 이 마을의 특징을 살려 전통방식으로 모시를 짜는 할머니 그림도 벽에 그려졌다. 또 젊은이들이 좋아할 예쁜 캐릭터 등도 곳곳에서 얼굴을 내밀었다.
5월 한산모시축제에서 관람객들의 눈길을 끈 거리 축제 홍보화도 이 학교 학생들의 작품이었다.
학생들의 벽화는 주민들로부터도 호응을 얻고 있다. 마을 어르신들은 더운 날씨에 땀 흘리며 벽화를 그리는 학생들에게 아이스크림을 사주기도 한다. 편의점 주인은 “벽화 때문에 지나다 멈추는 외지인이 많아 장사에도 도움이 된다”며 좋아했다.
이에 따라 면사무소는 더 많은 벽화를 학교에 부탁하고 있다.
이 학교 임승훈 교장은 “특성화고교의 장점을 살려 학생들이 지역사회에 기여하는 모습이 대견하다”며 “앞으로 마을 도로변을 새롭게 단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만화창작과 2년 김사랑(18)양은 “날씨가 더워서 벽화 그리기가 쉽지는 않지만 거리가 아름다워지니까 마음도 덩달아 행복해진다”며 “할머니 할아버지께서 구경하시다가 칭찬해주니 보람도 크다”고 말했다.
서천=글ㆍ사진 전성우기자 swch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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