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카드사들이 최근 추석시즌을 앞두고 경품 제공 및 주유 할인 등 공격적인 서비스를 내놓고 있다. 이를 두고 자연스러운 시장 경쟁의 과정이라는 분석과 제살 깎아먹기식 과열경쟁으로 자칫 큰 후유증을 낳을 수 있다는 분석이 엇갈리고 있다.
최근 카드사들이 내놓는 서비스들은 무모할 정도다. 당장 주유 할인만 해도 신한카드가 10일 SK주유소에서 휘발유 구입시 상시 리터당 100원을 할인해주는 카드를 새로 내놓았다. 특정일에만 할인해주던 것을 날짜 상관없이 할인해주며 업그레이드 시킨 것. KB카드가 7월부터 주유할인서비스를 상시 할인체제로 바꾼 데 대한 맞대응인 셈이다.
사실 이는 엄청난 출혈을 감수하는, 말 그대로 ‘밑 지고 장사’다. 주유소의 가맹점 수수료율은 1.5%로, 1,500원대인 1리터당 22원 정도의 수수료 수익을 얻는다. 할인 서비스의 경우 정유사가 10%, 카드사가 90%를 부담하기 때문에 결국 100원을 할인해주면 카드사로선 90원-22원, 즉 리터당 68원의 손해를 보게 된다.
카드사들이 지난 주부터 실시하고 있는 대대적인 추석마케팅도 마찬가지. 백화점 할인점 등에서의 2~3개월 무이자할부 서비스를 비롯해 추첨을 통한 경품 제공 등이 쏟아지고 있다. 대형할인점의 수수료율이 1.5%인 상황에서 일부 회사의 경우 결제대금의 5% 수준까지 판촉행사를 준비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출혈 경쟁 때문에 2002년~2003년의 카드대란이 재연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적지 않다.
이에 대해 업계 관계자들은 “아직 우려할 수준은 아니다”는 반응이다. 일부 출혈이 있더라도 장사가 된다는 뜻이다. 이는 카드사의 이익이 신용판매를 통한 수수료 수익보다는 결국 할부 서비스와 현금 서비스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할부 서비스 이율은 연 10~18%, 현금서비스가 연 10~30%에 이르는 고금리다. 고객이 메인 카드로 사용해 카드 이용실적이 높아지면 충분히 수익을 뽑을 수 있는 계산이다. 카드사들이 주유 할인을 일정 정도의 카드 이용실적이 있는 고객에만 부여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중요한 것은 회원으로부터 결제 대금을 제대로 회수할 수 있느냐다”며 “카드 대란 때는 무분별한 회원 확장이 문제였지만 지금은 회원 관리를 철저히 하기 때문에 큰 문제는 없다”고 말했다. 실제 금감원에 따르면 신용카드사들의 연체율은 6월말 현재 8.01%로 지난해 말 대비 2.05%포인트 하락하는 등 자산건전성이 계속 좋아지고 있는 추세다.
그러나 일각에서 카드 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르렀기 때문에 제 살 깎기 경쟁은 결국 부실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전 국민이 거의 카드를 소지한 상황에서 지금은 타사 회원을 뺏어오기 위한 출혈 경쟁으로, 한 곳이 가격을 인하하면 다른 곳이 따라 갈 수 밖에 없다”며 “갑자기 둑이 터져 급격히 부실이 찾아올 수 있다”고 말했다.
송용창기자 hermee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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