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하마드 하타미(사진) 전 이란 대통령은 9일 “9ㆍ11 테러범들은 두 가지 죄를 범했다”면서 “하나는 무고한 사람들을 죽인 것이고 다른 하나는 ‘이슬람’이라는 이름을 내세워 이런 범죄를 저지른 것”이라고 비판했다.
지난달 31일부터 미국을 방문 중인 하타미 전 대통령은 이날 버지니아주 알링턴에서 미ㆍ이슬람관계위원회가 주최한 만찬 연설에서 “이슬람교도들은 이런 만행을 더 강하게 비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1979년 미ㆍ이란 단교 후 이란 고위층으론 처음인 그의 방미는 미국에서의 반대운동 뿐 아니라 이란 내에서도 강경파를 중심으로 성직 박탈주장이 제기되는 등 논란을 빚었다.
하타미 전 대통령은 “어떤 이름을 내세우고 어떤 명분을 내걸더라도 민간인을 살해하는 테러리스트들은 도덕성이 결여된 인간으로 천국에 갈 수 없을 것”이라면서 “다른 사람들을 죽이고, 테러행위를 행하는 사람들이 자신들을 이슬람교도라고 한다면 이는 거짓말”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그는 7일 워싱턴 대성당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이란 핵문제에 대해 “우리는 해결책을 찾고 있다”며 “협상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핵활동) 중단과 그 성격, 시기, 지속기간에 대해서도 논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무력을 사용하거나 위협하는 것, 협박하는 말은 결코 분쟁의 해결책을 낳지 못한다”면서 이란 핵문제의 외교적 해결노력을 미국에 촉구했다.
하타미 전 대통령은 미국에 대한 비판도 잊지 않았다. 그는 미국을 ‘위대한 국민과 위대한 능력, 잠재력을 가진 위대한 국가’라고 치켜세우면서도 “중동에서 미국의 군사행동은 더 큰 테러를 낳고 이라크의 장래를 위태롭게 하며 결과적으로 미국의 장기적 이익에 해를 입히고 있다”고 미국의 일방적 대외정책을 비판했다.
권혁범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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