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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원자바오와 저우언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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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원자바오와 저우언라이

입력
2006.09.10 2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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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전국시대의 정치가이자 시인인 굴원(屈原)은 유명한 자전적 서사시 ‘이소(離騷)’로 우리에게도 친숙하다. 초(楚) 회왕(懷王)의 측근이었던 그는 높은 학식에 탁월한 외교력까지 겸비해 진(秦)의 위협으로부터 나라를 지켜냈으나, 조정 중신들의 모략으로 실각한 뒤 방랑하다가 멱라수에 투신자살했다.

‘이소’는 자신의 불운한 삶과 부조리한 현실, 펼치지 못한 큰 뜻을 담아낸 작품으로 뜨거운 감정표현과 몽환적 묘사가 뛰어나 초사문학의 걸작으로 꼽힌다. 굴원에 대한 후세의 안타까운 동정은 중국 단오절의 기원이 되기도 했다.

■“긴 한숨으로 눈물을 가리는 것은 백성들의 고생이 애처롭기 때문(長太息以掩涕兮 哀民生之多艱)” 원자바오(溫家寶) 중국총리가 최근 기자회견에서 ‘“잠들기 전에 무슨 책을 읽으며 어떤 문제로 잠 못 이루는가”라는 질문을 받자 대답을 대신해 읊은 ‘이소’의 한 구절이다. 원 총리는 시를 읊으며 눈물을 글썽이는 모습을 보여 중국인들을 감동시켰다.

사전 질문에 대한 ‘준비된 답변’이었음에도 감동이 훼손되지 않는 것은 인민과 희로애락을 같이 해온 그의 진실성이 이미 인정받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친민총리’ ‘원오빠(溫哥)’라는 별명을 얻을 정도로 국민들의 인기가 높다.

■중국역사를 돌아보면 황제나 왕보다 재상이 실질적으로 나라를 통치했던 경우가 많다. 삼국지의 유비와 제갈량의 관계가 대표적인 예라 하겠다. 중국 현대사에서도 공산주의 중국의 실질적인 건설자는 마오쩌둥(毛澤東)이 아닌 저우언라이(周恩來)라고 보는 시각이 있다.

그는 대장정 시절 자신보다 신분이 낮은 마오를 최고지도자로 추천하고, 그 밑에서 무려 26년 3개월 동안 총리로 재직하면서 현대 중국의 초석을 다졌다. 그는 1963년 북한학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지금의 동북공정에 해당하는 중국 학자들의 역사 왜곡을 사과하면서 고조선, 고구려, 발해를 한국의 역사로 인정한 양심적 지식인이기도 했다.

■올해 중국의 2분기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은 11.3%에 달해 11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3년 연속 10%가 넘는 고속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물론 눈부신 고도성장의 이면에는 심화되는 빈부격차와 지역간 개발격차, 관료들의 부패 같은 문제점들이 산적해 있고, 내부 불만과 갈등은 더 높아지는 것도 사실이다.

국민의 존경과 사랑을 받는 원자바오나 저우언라이 같은 정치인의 존재는 어려운 현실 속에서 중국인들에게 커다란 정신적 위안이 되어왔다. 우리에게는 어떤 지도자가 그런 역할을 하고 있을까.

배정근 논설위원 jkpa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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