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일본 외교당국이 독도 주변을 포함한 동해 방사능 오염 여부를 공동 조사하는 방안에 사실상 합의하자 우리측의 일방적인 양보가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외교통상부는 이번 합의에 대해 “독도를 비롯한 동해 영토주권과 상관 없는 일”이라고 주장하지만, 독도 문제를 국제쟁점화 하려는 일본측 의도에 말려드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높아지는 상황이다.
외교부 당국자는 10일 “지난 주 열린 한일 외교차관 전략대화 등을 통해 양국은 한국측 동해 배타적 경제수역(EEZ)와 일본측 EEZ 등 광범위한 동해 수역에서 구 소련의 동해 핵폐기물 투기에 따른 오염 여부를 공동조사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 당국자에 따르면 이번 합의는 지난 7월 일본이 동해 한국측 EEZ 내에서 방사능 오염조사를 단독 실시하겠다고 사전통보한데서 비롯됐다. 당시 정부는 우리의 동의 없이 해당 수역 내 일본의 단독조사는 안 된다는 입장을 밝힌 후, 일종의 절충안으로 일본측 EEZ 수역을 포함한 넓은 동해지역에서 단독조사 대신 국제원자력기구(IAEA) 전문가가 참여하는 국제 공동조사 방식을 추진키로 하는 방식을 택했다는 것이다. 구체적인 조사 수역과 시기, 방식 등은 11일부터 열리는 양국 전문가 협의에서 확정되지만, 한국 EEZ 내 조사수역은 독도에서 수십 해리 이상 떨어진 곳이라고 이 당국자는 덧붙였다.
외교부는 이번 합의가 양국의 이해를 모두 충족시킨 것으로 자평하고 있다. 외교부는 특히 4월 일본의 독도 주변 해저수로 측량 시도, 7월 한국의 동해 해류조사 등으로 빚어진 양국간 갈등도 이번 합의로 봉합됐다고 본다. 따라서 20일 선출되는 일본 새 총리와 한일관계 틀을 새롭게 짜는 계기도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는 것 같다.
하지만 이번 합의로 우리측이 얻은 실익이 무엇이냐는 비판도 존재한다. 일본이 어떤 형식으로든 우리측 동해 수역에 진입하게 됨으로써 우리의 독점적 영유권 논리가 무너진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이번 일이 선례가 돼 일본이 앞으로도 해류, 해저수로 등의 과학적 조사를 이유로 동해에 들어오겠다고 할 때 이를 저지하기 어렵게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이 같은 비판의 한 축을 이룬다.
특히 한국이 일본측 EEZ 수역 내 방사능 오염조사를 실시해야 할 이유가 특별히 없다는 점에서 일본측의 문제제기, 밀어붙이기 전략에 당한 것이라는 주장까지 나온다. 또 한일 정상회담 재개 논의처럼 정부의 대일외교정책이 그 동안 강경했던 태도를 특별한 대국민 설명 없이 마음대로 180도 바꾸는 것 아니냐는 문제도 제기된다. 정부 당국자는 이에 대해 “우리의 필요성에 의해 합의가 이뤄진 것이고 이번 합의는 우리에게 이익이 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정상원 기자 orno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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