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할인마트 개장 행사에 온 줄 알았다. 어설픈 야외 설치작 몇 점, 멋 없는 사각 틀 입간판, 시끄러운 음악과 간이 무대. 8일 개막한 광주비엔날레의 전시관 앞 풍경은 현대미술의 최전선답지 않았다.
주최측은 아시아 현대미술의 힘을 전 세계에 열풍처럼 퍼뜨리겠다며 ‘열풍변주곡’이라는 정열적인 주제를 잡았지만, 내용은 열풍에 한참 못 미쳤다. 새롭거나 화제가 될 만한 작품이 별로 없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98억원의 예산이 투입된, 벌써 6회째를 맞는 대형 행사지만 주최측은 여전히 미숙했다.
국무총리가 온 개막식 날 오전, 전시관은 예고 없이 출입을 통제해 시민들의 불만을 샀다. 취재 기자들조차 출입을 가로막는 경찰과 실랑이를 해야 했다. 국내에선 가장 크고, 아시아권에선 가장 먼저 시작했다는 행사가 사소한 것에서조차 왜 이 모양일까.
전시관 뒤 중외공원에서 만난 한 시민은 최정화의 야외 설치작 ‘풍선꽃’ 앞에서 광주비엔날레를 성토했다. “저 꽃 봐요. 부풀었다 숙였다 하는 게 얼마나 재미있고 좋아요. 그런데 전시관 안의 작품은 도무지 헛소리 같아. 시민과 공감하는 축제를 해야지, 왜 지들끼리 난리야. 돈 들여서 외국 작가들만 잔뜩 불러다 놓고선….”그는 지역성과 국제성의 조화, 현대미술과 대중의 거리 좁히기, 예산 운용의 원칙 등 광주비엔날레가 여전히 봉착한, 그래서 반드시 극복해야 할 문제점들을 정확히 짚고 있었다.
전 세계에서 열리는 비엔날레는 100개도 넘는다. 올 가을 우리나라에서 열리는 것만 해도 광주비엔날레 외에 부산비엔날레, 대구사진비엔날레, 서울 미디어아트 비엔날레 등 4개나 된다. 왜 이런 ‘빅 쇼’가 필요하냐는 비엔날레 무용론이 들린 지도 꽤 됐다. 할 바엔 제대로 해야 할 텐데, 갈 길이 멀어 보인다.
오미환 문화부 차장대우 mhoh@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