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북공정과 백두산 문제에 관한 정보의 정부 부처간 소통은 물론 정부와 학계간 소통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또 동북공정을 강행하는 중국측 논리 구조의 문제점도 제대로 공략하지 못하는 한국측의 분쟁 회피적 대응도 이 문제의 효율적 대응을 가로막고 있다.
현재 가장 큰 문제점은 중국측 움직임에 관한 정보를 정부 부처들조차 공유하지 못하고 있다는 대목이다. 8일 한나라당 김기현 의원은 문화재청 자료를 인용, “중국의 백두산 개발과 백두산의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 등재 추진은 동북공정의 일환이며, 한반도 통일에 대비한 백두산 영유권 확보 기반 조성”이라는 문화재청 보고서를 공개했다. 문화재청은 “김 의원이 밝힌 자료는 (중국) 언론의 보도를 통해 마련된 내부 동향 보고서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이는 주중 한국대사관측이 파악한 정보와는 판이한 것이다. 주중대사관측은 “내년 중 중국 정부가 유네스코에 백두산을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할 징후는 없다”고 밝혔다. 내년 유네스코 총회에서 중국측은 귀이저우(貴州)성의 카르스트 지형과 광둥(廣東)성의 카이핑 지역을 각각 자연, 문화유산으로 등재해달라고 신청할 예정이며, 중국 정부가 마련한 58개 세계자연ㆍ문화유산 후보 리스트에도 백두산은 없다는 것이다. 대사관 관계자는 “문화재청 자료가 어떤 경로로 작성됐는지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아울러 정부와 학계간 유기적인 대응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 최근 발해사 및 고조선사에 대한 중국 사회과학원의 논문 요지가 공개된 후 주중 한국대사관 관계자는 “사회과학원 변강사지 연구중심이 이번에 새롭게 공개했다고 알려진 발해사 등에 관한 논문 요약은 이미 한중간 고구려사에 관한 구두양해가 이뤄졌던 2004년 6월 변강사지 연구중심 홈페이지에 올랐던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정부는 당시 발해사와 고조선사에 대한 분석 필요성을 학계에 알리고 기민한 대응을 하지 못했다. 2년 전 발 빠르게 대응했다면 “고조선 등 고대사에 대한 우리 연구가 미약한 수준”이라는 당국자들의 요즘 한숨은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아울러 동북공정이 시작된 지 4년이 지난 지금도 동북공정에 대한 중국측 변명의 논리구조를 깨지 못하는 상황도 문제이다. 한 당국자는 “2004년 고구려사에 관한 한중간 구두양해 이후 중국 중앙정부 차원의 고구려사 왜곡은 수면 위에서 사라졌지만 지방정부의 왜곡은 아직 시정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안(集安)시 박물관 안내표지석 등 지린(吉林), 랴오닝(遼寧)성 정부 산하의 유적지내 고구려사 왜곡사례는 시정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이는 ‘중앙정부 차원에서 왜곡을 하지 않겠지만 지방정부의 활동까지는 어쩌지 못하겠으며, 사회학원이라는 학술단체의 연구도 막지 못하겠다’는 중국측 억지 논리를 수수방관하는 것이다.
한중간 구두 양해가 양국을 대표하는 정부 사이에서 이뤄졌고 중국이 공산당을 정점으로 하는 중앙집권적 통제사회라는 점에서 중국측이 지방정부 핑계를 대는 상황을 마냥 용인하는 것은 저자세 외교이다.
베이징=이영섭 특파원 youn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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