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의 대학수학 능력시험 성적 외부 공개 판결 파장이 확산되고 있다. 교육인적자원부는 “학교 서열화를 부추기는 결정”이라고 반발했다. 반면 학계에서는 학생들의 학교 선택권 확보 차원에서 공개가 마땅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일선 학교 현장은 의견이 갈렸다.
교육부는 8일 법원 판결 주문이 도착하는 대로 항소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당장 수능 성적이 공개될 가능성은 희박해졌다. 최대한 시간을 끌면서 성적 공개를 늦추겠다는 게 교육부의 생각이다.
교육부는 이날 ‘수능 성적 공개 관련 행정소송 판결 입장’ 제목의 자료를 내고 판결 내용을 반박했다. 고교 서열화 및 이로 인한 사교육 조장 등 부작용이 교육부가 내세우는 가장 큰 반대 이유다. 수험생 개인의 원점수와 표준점수 등이 드러난 수능 성적이 외부에 공개되면 학교ㆍ지역별 성적이 자연 산출되고, 이렇게 되면 전국의 고교가 한 줄로 세워질 게 뻔하다는 게 교육부 판단이다. 이기봉 교육부 대학학무과장은 “수능 성적 공개는 중등 교육의 핵심인 고교 평준화와 2008학년도 새 대입제도 정착 등에 악영향을 미치게 된다”고 말했다.
일선 학교는 처한 여건에 따라 입장이 달랐다. 서울 종로구 A고 관계자는 “강북 고교 수능 성적이 강남 학교에 비해 얼마나 떨어지는지 구체적으로 나타나게 돼 학부모들의 강북 학교 기피 현상이 깊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에 비해 서울 강남구 B고교 관계자는 “같은 지역 학교의 수준을 파악할 절호의 기회”라며 “학부모들에게 학교 선택의 기준을 제공하는 측면에서도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학계는 법원의 판결에 동조하는 모습이었다. 서울대 교육학과 백순근 교수는 “수능 성적 공개는 학교 선택권과 맞물려 있는 문제”라며 “공교육이 매우 강한 프랑스에서 조차 학교 성적을 외부에 모두 공개하고 있는 사실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선진국에서는 학교 성적 공개와 학력 제고를 동일시 하고 있다는 의미다. 지방의 한 사립대 교수도 “정부가 평준화 기조 유지를 수능 성적 공개 불가 명분으로 삼고 있지만 학교별 성적이 드러날 경우 쏟아질 비판을 지나치게 의식하는 듯 하다”고 말했다.
김진각 기자 kimj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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