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인간 상태로 오랫동안 혼수상태에 빠진 환자들도 의식이 있고 주변의 말에 반응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영국 케임브리지대 의과대학 신경과 전문의 애드리언 오웬 박사 연구팀은 미국의 과학전문지 ‘사이언스’ 최신호(9월호)에 발표한 보고서에서 식물인간도 의식이 있다는 증거를 발견했다고 8일 밝혔다.
오웬 박사는 지난해 교통사고로 식물인간이 된 23세의 영국 여성에게 테니스를 하는 장면과 집안을 돌아다니는 것을 상상해보라고 주문했다. 그는 이에 대한 뇌의 반응을 기능성자기공명영상(fMRI)으로 관찰한 뒤 같은 주문에 대한 정상인의 뇌 반응과 비교한 결과 뇌의 거의 같은 부위들에서 활동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는 식물인간이 다른 사람이 말로 하는 명령을 이해할 수 있으며, 뇌의 움직임을 통해 소통하는 능력이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오웬 박사는 설명했다. 이는 또 명령에 따를 의사를 나타낸 것으로 자기 자신과 주위환경을 인식하고 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고 그는 지적했다. 오웬 박사는 그러나 이를 일반화해 모든 식물인간이 다 그렇다고 하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BBC 방송은 이 연구와 관련, 1997년 바이러스 감염으로 6개월 동안 식물인간 상태였다가 깨어난 뒤 현재 키보드로 의사를 표현하는 케이트 베인브리지(36)라는 여성을 인터뷰했다. 그는 식물인간 상태였을 때 이번 결과를 발표한 연구팀에게서 치료 받았는데, 의사가 자신에게 친숙한 사진을 보여 주며 영상촬영을 통해 지속적으로 뇌 반응을 관찰하자 점차 의식을 회복할 수 있었다.
베인브리지는 “내가 의식이 있으면서도 아무 대답도 할 수 없었던 때를 기억한다”면서 “그건 너무나 무서운 경험이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만약 식물인간이 의식이 있는 것으로 확인된다면 식물인간의 안락사와 관련한 윤리적ㆍ법적인 논란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40세의 식물인간 테리 시아보(여)는 15년간 계속된 안락사 논란 끝에 법원의 판결로 인공호흡장치가 제거됐고, 그 후 13일 만에 사망했다.
최진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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