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임스 켈리 주일 미 해군사령관이 일본이 정부해석으로 금지하고 있는 집단적 자위권의 행사를 위해 평화헌법의 개정을 촉구해 주목 받고 있다. 켈리 사령관은 7일 가나가와(神奈川)현 요코스카(橫須賀)기지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미국과 일본이 미사일방어(MD)체제로 북한의 탄도미사일에 대응하기 위해 “집단적 자위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일본이) 헌법개정 논의를 심화해주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차기 총리가 유력한 아베 신조(安倍晋三) 관방장관이 자민당 총재선거 사상 처음으로 헌법개정을 공약으로 제시한 상황에서 미국이 개헌의 강력한 후원세력으로 등장할 수도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다.
일본에 대한 미국의 이 같은 요구는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지일파(知日派)로서 일본 정부에 커다란 영향력을 갖고 있던 리처드 아미티지 국무부 부장관은 2004년 7월 미국을 방문한 나카가와 히데나오(中川秀直) 국회대책위원장(현 정조회장)에게 “일본 헌법 9조는 미일 동맹을 방해하는 요소 중에 하나”라고 강조해 파문을 일으켰다. “군사력 전개가 안되면 (일본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 진입도 불가능하다”고 몰아붙였던 아미티지 부장관은 일본의 군사협력을 이끌어내기 위해 개헌 문제를 수시로 언급했다.
태평양전쟁 승전 후 “일본이 재차 미국에 대한 위협이 되거나, 세계의 평화와 안전에 위협이 되지 않도록 한다”는 방침 아래 일본에 평화헌법을 강요했던 미국의 태도가 이처럼 180도 변한 것은 지역안보를 일본에 분담시키겠다는 생각이 크게 자리잡고 있다.
미국은 냉전 종식 이후, 특히 9ㆍ11 테러 이후 일본에 적극적인 안보협력을 요구했다. 냉전 후의 안보태세를 재점검한 1996년의 미일안보공동선언은 그 첫 출발점이다. 이 선언을 근거로 일본 자위대는 일본 이외 지역에서 미군을 지원할 수 있는 기초가 마련됐다.
그러나 미국으로서는 충분치 않았다. 미 군정이 사실상 제정한 평화헌법이 발목을 잡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미국이 일본의 협력을 얻어 야심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MD와 이를 통해 한층 일체화시키려는 미일 동맹에 장애가 되는 집단적 자위권이 문제의 핵심이었다.
집단적 자위권이란 무력 공격을 받고 있는 동맹국을 지원할 수 있는 권리다. 일본 정부는 전쟁을 포기하고, 전력을 갖지 않으며, 교전권을 부인하는 평화헌법을 근거로 집단적 자위권의 행사를 거부해왔다.
미국측의 주장은 이렇다. 일본이 집단적 자위권을 행사할 수 없다는 것은 일본 근해의 공해상에서 미군 함정이 공격을 받아도 부근의 일본 해상자위대는 바라만 보겠다는 뜻이기 때문에 미일 동맹을 훼손시킬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이 같은 미국의 요구는 개헌을 염원하는 일본의 보수 강경파들에겐 일종의 복음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미국은 아베 장관이 자민당 총재선거에서 승리하고 새 총리가 되면 더욱 적극적인 개헌 후원자가 될 가능성이 크다.
도쿄=김철훈 특파원 chkim@hk.co.kr
●집단적 자위권
자위권(自衛權)이란 자국이 긴급하고 불가피한 침해를 받을 경우 무력으로대응할 수 있는 국제법상의 권리이다. 무력 공격이 자국에 대해 이루어질 경우 개별적 자위권이, 자국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국가에 대해 이루어질 경우 집단적 자위권이 발생한다. 즉 집단적 자위권이란 자국과 가까운 나라가 다른 나라로부터 무력 공격을 받았을 때 자국에 대한 직접 공격이 아니지만 이를 실력으로 저지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