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ㆍ11 테러’5주년이 다가오자 기다렸다는 듯 9ㆍ11과 관련된 여러 모습들이 연출되고 있다.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은 테러용의자 군사재판을 위한 입법조치를 촉구한데 이어 7일 테러와의 전쟁 성과를 강변하면서 도청의 법적 근거를 의회에 요청하는 등 ‘마이웨이’식 안보공세를 이어갔다.
한켠에선 알 카에다의 오사마 빈 라덴이 9ㆍ11 테러를 준비하는 장면이 알 자지라 TV를 통해 방영됨으로써 그의 ‘건재’가 과시됐다. 민주당 빌 클린턴 전 대통령 측근들은 집권 시절 빈 라덴을 살해할 기회를 놓쳤다는 내용이 방송될 것으로 알려지자 ‘왜곡’이라며 발끈했다. 미 상원은 민주당의 공세로 이라크전 정보왜곡을 담은 2개의 보고서 발표를 예고, 11ㆍ7 중간선거를 앞둔 9ㆍ11 테러 5주년은 어수선한 분위기다.
부시의 마이웨이
부시 대통령은 이날 조지아주 애틀랜타를 방문, ‘조지아 공공정책재단’에서 행한 연설에서 “지난 5년 동안 국내외 대 테러 활동을 통해 본토를 성공적으로 보호했다”며 테러와의 전쟁 성과를 거듭 강조했다.
그는 아프카니스탄에서의 알 카에다 축출, 테러조직에 대한 국제적 단속, 중앙정보국(CIA)과 연방수사국(FBI)의 정보 및 자료공유 시스템 구축, 테러 대응 기관간 유기적 관계 개선, 애국법 통과 등을 구체적 성과로 꼽았다. 9ㆍ11을 중간선거 호재로 만들려는 부시 대통령은 내친 김에 국내외의 비판을 받아 온 ‘영장없는 비밀도청’이 테러 방지에 주효했다며 국가안보국(NSA)의 도청프로그램이 법적 근거를 갖도록 입법을 서둘러 줄 것을 의회에 촉구했다.
빈 라덴 비디오
알 자지라 TV를 통해 수분짜리로 편집ㆍ방영된 영상 속에서 검은 옷에 흰 터번을 두른 빈 라덴은 아프간 산악지대 훈련캠프에서 9ㆍ11 테러 공격 준비를 하던 이슬람 전사들을 만났다.
입수경위가 밝혀지지 않은 이 영상에는 9ㆍ11 테러 기획자인 람지 비날시브가 빈 라덴과 함께 앉아있는 장면도 등장한다. 알 카에다 전문가인 벤 베츠케 인텔센터 소장은 이 영상이 9ㆍ11 기념으로 사전 제작된 것 중 4번째 것이라고 설명했다. 알 자지라는 이날‘15일 내 미국인을 최소 한명씩 죽이라’는 이라크 내 알 카에다 지도자 아부 함자 알 무하지르의 육성도 방송했다.
클린턴측의 항변
매들린 올브라이트 전 국무장관을 비롯한 클린턴 행정부 당시의 고위 관리들은 ABC 방송이 9, 10일 방영 예정인 다큐멘터리 드라마 2부작 ‘9ㆍ11로 이르는 길’의 내용이 완전히 왜곡됐다며 정정을 요구했다. 올브라이트 전 장관, 샌디 버거 전 국가안보보좌관 등은 ABC에 서신을 보내 6시간 짜리 이 영화가 자신들이 빈 라덴을 살해할 수 있는 기회를 방해한 것처럼 묘사했다면서 “부정확한 사실로 미 국민을 오도하려 한다”고 주장했다.
이 영화에서 올브라이트 전 장관은 1988년 빈 라덴을 목표로 한 대 아프간 미사일 공격 당시 파키스탄 공안기관이 아프간 탈레반과 밀접함에도 불구, 미사일 공습을 파키스탄에 사전통고할 것을 주장했고 버거 보좌관은 빈 라덴에 대한 공격인가를 거부하는 것으로 나온다. 올브라이트 전 장관은 이를 부인하면서 “나의 명예를 실추시키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또 이 영화에는 클린턴 전 대통령이 모니카 르윈스키 스캔들로 탄핵위기에 몰렸을 때 백악관 대 테러 책임자가 “탄핵 상황에서 위험을 감수할 것으로 보지 않는다”고 말해 마치 어떤 연관을 암시하는 듯한 장면도 있다.
정보왜곡 공방
미 상원 정보위 민주당 중진인 제이 록펠러 의원은 7일 부시 행정부가 이라크전 정당화를 위해 이라크의 대량살상무기 보유 여부 등에 관한 정보를 왜곡했음을 보여주는 보고서 2개가 8일 발표될 것이라고 밝혔다. 가장 큰 논란거리인 행정부의 정보조작 여부에 관한 또 다른 보고서는 발표되지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
워싱턴=고태성 특파원 tsg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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