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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회 광주비엔날레/ 아시아 미술의 힘을 세계 강타할 열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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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회 광주비엔날레/ 아시아 미술의 힘을 세계 강타할 열풍으로

입력
2006.09.09 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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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선한 충격 혹은 흥미진진한 모험. 광주비엔날레는 그런 것을 기대하게 만드는 현장이다. 비엔날레는 현대미술의 최전선이므로. 더군다나 이번 제6회 광주비엔날레는 ‘열풍변주곡’이라는 정열적인 제목을 내걸고 있지 않은가. 아시아의 힘, 아시아 미술의 역동적인 에너지가 전세계로 열풍처럼 번져가게 하겠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비엔날레 현장에서 정신적 화상을 입어도 좋으리라.

8일 광주비엔날레가 공식 개막했다. 11월 7일까지 65일간의 큰 잔치다. 100억원 가까운 예산을 쏟아붓고 32개국 127명의 작가, 89점의 작품을 모았다. 광주 시내 여러 곳에 흩어서 진행되던 예년과 달리 올해는 모든 전시를 중외공원의 비엔날레 전시관으로 모았다. 때문에 여기서 얼마나 좋은 작품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보여주느냐에 행사의 성패가 달려있다.

아시아에 초점을 맞춘 이번 광주비엔날레는 전시를 크게 두 부문으로 나누었다. ‘첫 장-뿌리를 찾아서 : 아시아 이야기 펼치다’는 현대미술에서 아시아의 흔적을 ‘신화와 환상’, ‘자연과 몸’, ‘정신의 흔적’, ‘현재 속의 과거’등 4개의 소주제로 나누어 보여준다. ‘마지막 장-길을 찾아서 : 세계 도시 다시 그리다’는 세계 16개 도시에서 작가들이 진행한 프로젝트를 아시아-중동-북미, 유럽, 남미의 3개 권역으로 나누어 시각 조형물과 인쇄물 등의 자료관 형식으로 선보이고 있다.

이 같은 주제 중심의 전시는 유명 작가 작품을 중심으로 눈요기에 치중했던 예년과는 확연히 달라진 점이다. 여기에 대해서는 기획의 힘이 돋보인다는 긍정적인 평가가 중론이다. 그러나 ‘아시아’ 라는 주제와, 그것을 다루는 접근법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시각이 많다.

비엔날레는 세계의 현대미술이 평등하게 만날 수 있는 자리인데, 굳이 아시아를 강조함으로써 오히려 문화적 열등감을 드러낸 게 아니냐는 것이다. 주제 자체가 거창하다 보니 집중도가 떨어지는 감도 없지 않다. 표현 방식에서는 아시아성의 징표로 소나무, 향, 불상 같은 몇몇 소재가 여러 작품에서 자주 겹치고 있다. 미술평론가 박신의(경희대 문화예술경영학과 교수)씨는 “유럽 출신 작가들이 동양성을 더 잘 포착하고 있다.

그에 비해 상당수 한국 작가들의 표현법은 진부해 보인다”고 평가했다. 전시관 뒤 중외공원에서 만난 설치미술 작가 최정화씨는 “본 전시의 ‘첫 장’은 신종 오리엔탈리즘의 심심한 쇼, ‘마지막 장’은 정치적 발언으로 가득 찬 도서관”이라고 요약했다. ‘마지막 장’의 정치적 발언이란, 인종, 성, 이주노동자, 반미, 반전, 반 FTA 등 정치적ㆍ사회적 이슈를 가리킨다. 사진, 영상, 선언문, 그래픽, 낙서 등 다양한 형태로 포진한 그 발언들은 예술적 세공이 부족한 것이 많아, 구호만 무성하고 작품은 없다는 느낌조차 준다.

열풍의 진원지를 자처한 광주비엔날레 현장에서 기대했던 만큼의 열풍을 느끼기 힘든 것은 유감스런 일이다. 특별히 새롭거나 화제가 될 만한 작품은 눈에 띄지 않는다. 광주 비엔날레는 이번이 6회다. 아시아권 비엔날레의 선두주자답게, 이제는 예술적으로 또 사회적으로 뜨거운 이슈를 생산하는 발전소 노릇을 할 때도 되지 않았을까.

광주=오미환 기자 mhoh@hk.co.kr

■ 김홍희 총감독 "시민참여 프로그램을 강화"

제6회 광주비엔날레의 초점은 ‘아시아’다. 예술총감독 김홍희(58ㆍ사진)씨는 아시아의 변화와 역동성을 보여주는 게 목표라고 설명했다. ‘열풍변주곡’이라는 문패는 아시아 열풍의 세계화, 아시아의 문화적 다양성과 풍요를 상징한다.

김씨는 올해 광주비엔날레의 특징으로 ‘주제 중심의 전시’와 ‘시민 참여 프로그램의 강화’를 들었다.

“전에는 주제와 작품이 따로 노는 시각적 효과 위주의 전시였던 데 비해 이번에는 주제에 맞게 작가를 선정하고 작품을 구성했습니다. 주변부 위성 행사로 치르던 시민 참여 프로그램을 본행사의 제3 섹터로 통합한 것도 달라진 점입니다. 다양한 프로그램을 준비했는데, 그중 시민들이 작품을 선보이는 ‘광주별곡’은 개막 전부터 많은 관심을 모았지요.”

아시아의 정체성은 과연 무엇일까. “한 마디로 정의하기는 어렵지만, 그것은 서구인의 머릿 속에 있는 고정관념이 아니라, 늘 변하는 것, 변화 그 자체이지요. 동서양의 구분을 떠난 상호 침투가 오늘날 현대미술의 풍경입니다. 이번 광주비엔날레의 참여 작가 중 절반을 차지하는 아시아 작가들도 대부분 코스모폴리턴으로 활동하는 사람들이지요.”

이번 광주비엔날레는 같은 시기에 열리는 상하이, 싱가포르 비엔날레와 해외에서 공동 홍보를 했다. 그는 “같은 아시아권 비엔날레로서 경쟁보다는 협력이 서로 윈윈 하는 길이라고 판단했다”며 “앞으로는 홍보 뿐 아니라 주제와 작가 선정 등 기획 단계부터 세 비엔날레가 교류하는 것도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술사학 박사인 김 감독은 큐레이터와 미술평론가로 활동해왔다. 제1회, 3회 광주비엔날레에 기획자로 참여했고, 2003년 베니스 비엔날레의 한국관 커미셔너를 맡는 등 국내외에서 많은 전시를 주관했다. 현재 젊은 작가들의 대표적인 대안공간인 서울 쌈지스페이스 관장으로 있다.

광주=오미환기자

■ 볼만한 작품들

광주비엔날레를 통해 ‘광주발 충격파’를 기대한 것에 비하면 이번 행사의 작품들은 조금은 미지근한 편이다. 하지만 찬찬히 둘러보면 오랫동안 발길을 붙잡거나 바짝 흥미를 당기게 하는 작품을 만날 수 있다.

이번 광주비엔날레에서는 중국 작가 송동(40)의 ‘버릴 것 없는’과 한국계 미국인 마이클 주의 ‘보디 옵푸스케터스’가 대상 공동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버릴 것 없는’은 작가의 어머니가 30여 년간 모아온 다양한 물건들을 정리하고 분류해서 늘어놓은 대형 설치작품으로, 그 자체가 개인사의 요약이자 중국 현대사의 축약본이다. ‘보디 옵푸스케터스’는 불상(반가사유상)과 모니터 설치작품으로, 모니터로 불상의 여러 부분을 보여줌으로써 반가사유상에 깃든 사유를 공간으로 확장시키고 있다.

아시아 작가들은 자국의 기억을 여러 방식으로 드러내고 있다. 예컨대 라오스 출신인 봉 파오파니트의 ‘네온 라이스 필드’는 밭고랑 모양으로 길게 쌀을 쌓고 각 이랑의 골에 네온으로 선을 질러 세련된 추상 조형을 설치했다.

동서가 상호침투하는 지구촌의 오늘을 다루는 작품 가운데는 첨단 기술을 활용한 것들이 많다. 인공위성으로 세계에서 가장 푸른 하늘을 찾아내 실시간으로 사각 스크린에 보여주는 ‘가장 푸른 하늘’(리즈 아우토제나 & 조슈아 포트웨이)이 대표적인 작품이다.

전시장 안팎에서 등에 커다란 생수통을 매고 돌아다니는 흰옷 차림의 사람들을 보면 따라가보라. 그들은 하늘이 뻥 뚫린 감옥 같은 공간에서 열심히 물을 마신 뒤 빈 병에 소변을 담아서 빈틈없이 늘어놓는다. 코카콜라와 펩시의 생수병 2만6,000개를 보름 동안 설치하는 작업이 끝나면, 병 뚜껑이 그리는 베트남 국기의 노란 별이 성조기의 흰 별로 바뀐다. 글로벌기업으로 대표되는 미국의 세계화 압력에 대한 시각적 저항이라고 하겠다.

냄새를 전시한 작가도 있다. 시셀 톨라스는 광주 남자들의 땀 냄새를 채집해서 ‘공포 5’라는 작품을 만들었다. 왜 공포인지는 분명치 않지만, 벽을 만지면 땀 냄새가 진동한다.

이밖에 검은 실을 거미줄처럼 쳐서 어두운 숲을 만들고 그 안에 피아노를 가둔 일본 작가 시하루 시오타의 ‘침묵 속에서’, 관객이 이마에 센서를 붙이고 의자에 앉으면 그의 뇌파에 따라 바닥 영상에서 연꽃이 피고 물고기가 헤엄치게 만든 중국 작가 슈만 린의 ‘내공’은 조용한 성찰의 시간을 제공하는 작품이다.

광주=오미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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