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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인간' 몸·마음·역사·문화… 모든 것

입력
2006.09.08 2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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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버트 윈스턴 책임편집ㆍ김동광 이용철 옮김 / 사이언스북스 5만5,000원

인류 멸절의 날이 임박했다 치자. 그래서 미래의 언젠가 도래할 이 지구의 새 주인에게, 한 때 우리가 ‘인간’이라는 이름의 생명체로 이 땅에서 문명을 이루고 살았음을 알리고자 단 한 권의 책을 타임캡슐에 넣어 전하기로 했다 치자. 당신이라면 무슨 책을 선택하겠는가.

영국의 분야별 학자 9명이 공동 편집한 백과사전 ‘인간’은, 그 선택의 실용적인 대안이 될 만한 책이다.

컬러 사진과 촘촘한 설명들로 이어진 500쪽 가량의 이 책은 ‘인간이란 어떤 존재인가?’라는 단 하나의 물음에 대해 7개의 테마에 걸쳐 충실히 답변하고자 애쓴 책이다. 인류의 기원, 몸, 마음, 일생, 사회, 문화, 민족. 이들 각각의 테마 안에 여러 갈래의 작은 테마들이 있고, 또 그 속에 다양한 사례와 양상들이 크고 작은 사진과 함께 소개된다. 가령 몸은 골격과 뼈, 근육, 호흡, 순환, 영양, 방어와 수선, 신체조절, 감각, 생식으로, 마음은 의식과 정보수용 학습 기억 사고 감정 언어 개성 지능 성정체성으로 설명된다.

테마들이 말하듯, 책의 내용은 ‘몸과 마음에서 역사와 문화까지’를 포괄한다. 화려하고 선명한 색감과 질긴 지질과 장정은 그 형식으로 하여 ‘인간’의 미적 감각과 문명의 수준을 (‘인간’의 후예들에게) 가늠하게 할 것이다. 책은 어지간한 책값에 값한다.

편집진들은 7개의 테마 뒤에 ‘미래’라는 별도의 장을 마련해둠으로써, 이 책이 인류 종말의 날을 대비한 것이 아님을, 아직 생존해 있는 인간을 위한 책임을 분명히 한다. 미래의 의학, 복제 생식, 맞춤 아기, 줄기 세포, 새로운 질병, 인공 신체, 미래의 범죄, 노동의 변화, 환경…. 이 우울한 전망들 뒤에 편집진들은 “기술 변화와 미래의 불확실성은 낙관의 창이기도 하다.

다가오는 미래에 우리는 그 어느 때보다 빠르고 쉽게 의사소통을 할 수 있게 될 것이고, 우리의 육체적 정신적 문제에 대해 더 많은 통제력을 갖게 될 것”이라며 조심스러운 낙관론을 덧붙이고 있다. 결국 미래는 인간 자신들의 노력에 달려있다는 것인데, 책은 인간이 더 나은 미래를 위해 선의의 노력을 지속할 수 있는 존재인지에 대해서는 끝내 답하지 않는다.

최윤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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