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식 지음 / 휴먼&북스 발행ㆍ1만1,000원
오래 전부터, 우리 시대의 아버지들은 가족의 안위를 위해 기꺼이 사람이기를 포기해 오고 있지 않은가. 무한경쟁의 시대에 펭귄 아니면 기러기로 격하돼 가는 스스로를 지켜보는 그들에게 이제 남겨진 일이라곤 속을 썩히며 안달복달 하는 것 뿐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 책은 “나는 아버지”라며 크게 헛기침하라고 권한다. 40대 중반의 저자는 불온하게도, 자신이 아들이고 손자였을 적 당당하기만 하던 아버지의 위엄을 그리워 한다. 집에서도 담배를 숨어 피우며 돈 버는 기계가 되는 것으로 만족해야 하는 이 시대, 책은 대놓고 ‘아버지됨’을 주장하라고 한다.
먼저 아버지가 아들에게 살가운 존재로 다가설 수 있는 방법 몇 가지를 제시한다. 무엇보다 아들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자신감을 북돋워 주라고 한다. 주의력결핍 과다 행동 장애(ADHD) 아이들은 더욱 그렇다.
책은 외롭고 허전한 한국의 40대 중후반의 가장들을 위한 격려의 서한이다. 부전자전이니 가화만사성이니 하는 관습적인 말보다 청소년기를 제대로 알고 그들을 이해하며 격려하는 요령들에 강조점을 찍는다.
지은이 이경식씨는 번역가이자 전업 작가다. 번듯한 대학을 나와 이른바 운동권이 돼 1970~80년대와 불화하며 살다, 저작과 번역을 업으로 하는 전업 작가로 자리잡았다. 그 동안 두 아들과 나눴던 길항의 시간도 사실적으로 기록돼 있어, 책은 한결 미덥다. 어릴 적 교실에서 교사와 나눴던 허드렛 추억, 요즘 학교에서 사제지간에 벌어지는 에피소드 등은 마치 성장 소설의 한 페이지를 들춰 보는 듯한 재미를 준다. 두 아들을 키우며 벌어진 일들도 적절히 제시돼 있다.
장병욱기자 a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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