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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우방과 제국, 한미관계의 두 신화' 한미관계, 과거의 경험이 말한다 "배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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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우방과 제국, 한미관계의 두 신화' 한미관계, 과거의 경험이 말한다 "배워라"

입력
2006.09.08 2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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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방과 제국, 한미관계의 두 신화 / 박태균 지음 / 창비 발행ㆍ1만7,000원

“한미 관계는 평온한 적이 없었다. 상호간의 의심이 과거 20년간 한미관계의 주요한 변모였다.”

1972년 당시 하비브 주한 미 대사가 미 국무부에 보낸 전문이다. 한미 양국의 관계는 보는 시각에 따라 그 평가가 극명하게 엇갈리지만, 이 전문은 30여년 전 당시 두 나라 사이에 적지 않은 갈등이 있었음을 보여준다.

‘우방과 제국…’은 박태균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가 8ㆍ15 해방에서부터 1980년 5ㆍ18까지 한미 양국의 관계를 조명한 책이다. 이승만, 박정희와 미국의 갈등을 민족주의적 관점에서 이해하거나, 미국이 자신의 정책을 한국에 일방적으로 관철해왔다고 보는 기존 연구와 달리, 미국에 대응하는 한국의 정책을 부각시킴으로써 한미 관계의 역동적 측면을 강조하는 것이 특징이다.

그런 측면에서 저자는 미국이 5ㆍ16 쿠데타의 배후에 있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미국이 당시 김종필 등 쿠데타 중심 세력을 민족주의자 혹은 급진적 사회주의자로 의심하고 별 다른 호감을 보이지 않았기 때문에 도와주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개입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미국 정부가 적극적으로 쿠데타 진압 지시를 내리지 않은 것이 그 증거다. 미국은 일단 쿠데타가 성공하자 박정희 정권을 안정시키기 위해 큰 힘을 실어준다.

그런데 미국의 개입은 이미 이승만 시절에도 있었다. 사실 이승만과 미국 정부는 심각한 갈등을 겪었다. 이승만은 줄기차게 북진 통일을 주장하고 주한 미 대사를 추방했으며 환율을 이용해 더 많은 원조를 받아내려 했다. 이에 미국은 이승만을 제거하려 했으며 이후 한국 정부에 대한 합리적 설득을 포기하고 협박을 선호하게 됐다.

개인 박정희와 미국의 관계는 처음에는 비교적 우호적이었다. 특히 박정희가 베트남 파병을 결정한 뒤 양국은 큰 갈등 없이 순조로운 관계를 이어갔다. 하지만 박정희의 요구가 늘어나면서 미국이 부담을 느꼈고 닉슨, 카터 대통령이 주한미군 철수 계획을 발표하면서 둘 사이는 급속히 얼어붙었다. 이 위기를 박정희는 핵무기 개발이라는 극단적 카드로 맞서다 10ㆍ26을 맞는다.

저자는 12ㆍ12에서 5ㆍ18에 이르는 시기에도 미국이 시위 진압을 위한 한국군의 이동을 승인하는 등 한국 내에서 뚜렷한 역할을 했다고 주장한다.

저자에 따르면 이처럼 한미 관계는, 비록 미국이 원조와 안보라는 측면에서 주도권을 쥐고 있었지만, 미국 일방의 이해에 따라 움직이지 만은 않았다. 그것은 반대로 우리가 하기에 따라서는 두 나라의 관계가 더 정상적이고 대등할 수 있었다는 뜻이기도 하다. 저자는 이 대목에서 학습 효과를 이야기한다.

이승만과의 갈등을 경험한 미국은 이를 이후 박정희와의 관계 설정에 참고했다. 64년 6ㆍ3사태 때는 60년 4ㆍ19 때의 한미 관계를 점검했고 69, 70년 닉슨 행정부가 대한 정책을 입안할 때는 베트남 파병을 둘러싼 한미간의 논의 과정으로부터 학습효과를 얻었다. 87년 6월 전두환 정부가 위수령을 발동하려 했을 때는 80년 광주를 떠올리며 이를 막았다는 것이다.

반면 한미 관계에서 우리 정부의 대응이 성공적인 경우는 매우 드문데, 이는 과거의 경험에서 별다른 학습효과를 얻지 못했기 때문이다. 베트남 파병을 통해 한미 관계의 정상화를 꾀하다 실패한 박정희의 사례를 잘 검토했다면, 미국의 이라크 파병 요청을 들어주고 한반도의 평화를 보장받겠다는 안이한 생각은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우방과 제국이라는 두 얼굴의 나라 미국과의 관계는, 과거의 경험을 돌아보고 반성할 때라야 정상화할 것이라는 게 저자의 결론이다.

박광희 기자 kh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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