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 슐레비츠 글, 그림·공경희 옮김 / 웅진주니어·8,500원
생김새를 떠나, 아이의 자는 모습은 천사일 수밖에 없다. 하루의 육아를 마무리한 부모의 마음이 천국인 까닭이다. 하지만 아이들은 일찍 자고 싶어하는 눈치가 아니다. 베개 위에 얼굴을 묻는 순간까지 ‘뭔가 신나는 일이 일어나지 않을까’ 하고 말이다.
책은 이런 아이들의 마음을 읽고 있는 듯 하다. 잠든 달 아래로 집이 쿨쿨 자고 있다. 안을 들여다보니 의자도 커튼도 접시도 아이도 모두 잠들었다. 칠흑 같은 어둠은 아니다. 어슴푸레하면서도 포근한, 왠지 설레는 밤이다. 아니나 다를까. 갑자기 창문으로 음악이 흘러 들고 달이 눈을 뜨고 집이 깨어난다. 마치 언제 자고 있었냐는 듯 접시들은 춤추기에 바쁘고 집안은 발그스레 흥이 돋는다.
잠자고 춤추고 다시 잠드는 분위기가 물 흐르는 듯한, 이 몽환적인 그림은 유명 화가의 작품을 모티브로 했다. 작가는 자신의 첫 잠자리 그림책으로 안성맞춤인 화면을 골라낸 셈이다. 책장을 넘기는 것만으로도 눈이 스르르 감길 듯 하니 말이다. ‘꾸벅꾸벅’ ‘드르렁 드르렁’ ‘소르르 소르르’… 사물들의 잠자는 소리도 재미나다.
선선한 바람을 베고 눕기에 좋은 가을이다. ‘자장자장~’ 잠에 빠져든 아이들의 뺨에 뽀얗게 살 오르는 소리가 들리는 것만 같다.
박선영기자 philo94@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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