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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희의 책이랑 놀자] 세계가 100명의 마을이라면, 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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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희의 책이랑 놀자] 세계가 100명의 마을이라면, 나는?

입력
2006.09.08 2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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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에 예금이 있고

지갑에 돈이 들어 있고

집안 어딘가에 잔돈이 굴러다니는 사람은

마을에서 가장 부유한 8명 안에 드는

한 사람입니다

자가용을

가진 사람은 100명중

7명 안에 드는

부자입니다

마을 사람들 중

1명은 대학교육을 받았고

2명은 컴퓨터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14명은 글도 읽지 못합니다

2001년 2월, 세상을 떠난 도넬라 메도스 박사는 ‘성장의 한계’ ‘한계를 넘어서’ ‘세계시민’ 등, 메시지 강한 책들을 남겼다. 그런데 그 중 어느 책에도 소개되지 않았던 그녀의 에세이 한 편이 세계를 울렁이게 했다. 누군가에 의해 우연히 인터넷의 바다 속에 던져졌고, 이메일이라는 국경 없는 통신수단을 타고 세계 곳곳에 전해진다.

2001년 9월25일, 일본 치바현의 이치하라시 고이중학교의 이쿠이나 이사무 선생님은 학급통신으로 아이들에게 그 에세이를 띄워 보냈다. 같은 달 29일, 학급통신을 받은 아이의 엄마에 의해 ‘우리 큰딸아이의 중학교 선생님은’이라는 제목으로 ‘펌’되어 어딘가로 보내진다. 이것이 전승문예 연구가인 이케다 가요코의 메일링 리스트에 올라 한 권의 작은 책으로 다시 태어난다. 바로 ‘세계가 만일 100명의 마을이라면’.

책은 묻는다. “지금 세계에는 63억의 사람이 살고 있습니다. 그런데 만일 그것을 100명이 사는 마을로 축소시키면 어떻게 될까요?” 책이 나온 뒤, 100명의 마을을 전제로 한 숫자들이 곳곳에서 마구마구 태어났고 여전히 만들어지고 있다.

“100명 중 52명이 여자이고, 48명이 남자입니다.”

“20명이 영양실조이고, 1명은 굶어죽기 직전인데 15명은 비만입니다.”

“만일 냉장고에 먹을 것이 있고 몸에는 옷을 걸쳤고, 머리 위에는 지붕이 있는 데다 잘 곳이 있는 사람이라면 당신은 이 세상 75명의 사람들보다 잘 살고 있는 것입니다.”

“2000년에 태어난 전 세계 아이가 만약 100명이라면 40명은 태어난 사실이 신고 되지도 않았습니다. 30명은 영양이 충분하지 못합니다. 19명은 깨끗한 물을 마실 수 없습니다. 40명은 몸 씻을 물이며 화장실이 모자라고 쓰레기와 병을 옮기는 벌레들 때문에 괴로워하고 있습니다.”

나는, 많은 것을 가지지 못했다고 안달하는 나는, 또 내 아이는 100명의 사람들 중 어디쯤에 놓여 있을까? 나는 여전히 불행한가?

어린이도서관 ‘책읽는 엄마 책읽는 아이’ 관장 김소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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