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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자연분만 vs 제왕절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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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자연분만 vs 제왕절개

입력
2006.09.08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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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적인 기준으로 '멋진 출산'은 이런 게 아닐까 싶다. 첨단 의료기기가 갖춰진 대형 종합병원에서 수많은 의료진의 도움을 받아 아기를 낳는 것은 기본이고, 부부의 결속을 위해 아기 아빠가 분만에 함께 참여하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출산 시기를 조절해 아기의 사주를 좋게 하거나 부부 금실에 좋다면 제왕절개술도 굳이 마다할 이유는 없을 테고.

기계에 의존하는 분만이 '멋져' 보이는 것은 개인 취향이라 해도, 그만한 대가는 지불해야 할 터. 이스라엘에서 발표된 자료를 보면 자연분만으로 태어난 아이들이 제왕절개로 태어난 아이들에 비해 청소년기의 지능지수(IQ)가 2점 높았다. 자연분만 아기는 엄마의 산도(産道)를 통과하면서 신체의 모든 조직이 자극 받아 뇌 발달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미국 통계를 봐도 분만 관련 모성사망률은 자연분만의 경우 10만명 중 2.7명인 반면, 제왕절개는 10만 명중 30.9명으로 11배나 높았다. 과다 출혈, 마취사고 등이 원인이었다. 개복(開腹)수술이다 보니 비뇨기 계통의 손상, 자궁 및 나팔관 감염 등 후유증도 훨씬 심했다.

자연분만도 기계가 개입하면 탈이 난다. 출산 과정에서 인위적인 처치를 많이 받은 아이일수록 나중에 범죄자가 되거나 자살할 위험이 높아지며, 배란촉진제 등을 주입 받은 산모에게서 태어난 아기는 성인이 돼서 약물중독자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이런 부정적 평가에도 불구하고 한국 사람들의 제왕절개 선호도는 세계 최고다. 본보 취재팀이 지난주 단독 입수한 2004년 수술 통계를 봐도 한국인들이 가장 많이 하는 수술은 제왕절개(여성 10만명 당 692명)로 나타났다. 제왕절개 분만율(37.5%) 역시 세계보건기구(WHO) 권장수치(5~15%)는 물론, 선진국에 비해서도 2~3배나 높은 수준이다.

1차적인 책임은 의사에게 있다. 상대적으로 의료수가가 비싼 탓에 빌미만 생기면 제왕절개술을 권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기계적 처치가 개입된 분만을 첨단으로 여기는 의료 소비자들의 사고방식도 문제다. 긴급상황이 아닌데도 '미끼' 수준의 권고를 덥석 받아들이는 것은 그만큼 편하게 아이를 낳겠다는 생각이 잠재돼 있기 때문일 것이다.

출산문화뿐만 아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신기술에 유별나게 민감하다. 얼굴에 칼을 대는 성형수술도 최신 기법이라면 화장 정도로 가볍게 여기는 경향이 있다. 첨단기기에 대한 중독성은 또 어떤가.

지난해 국내에서 판매된 휴대폰 중 카메라, MP3, DMB 등의 기능을 갖춘 최신 기종의 휴대폰 비율은 미국, 중국, 유럽 등에 비해 3~10배나 높았다. 자동차나 전자제품의 교체주기도 세계에서 가장 빠른 편이다. 이런 쏠림 현상이 분만 관행에도 고스란히 반영되고 있다고 한다면 과언일까?

다행히 최근 여성단체를 중심으로 제왕절개 적게 하는 병원을 찾아가거나 가정분만을 시도하는 등 출산문화를 개선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분만실을 가정집과 비슷한 환경으로 꾸미고 산모와 아기의 입장에서 분만을 시도하는 인권분만, 자연분만을 도와주는 수중분만 그네분만 등 다양한 분만법을 도입하려는 뜻 있는 산부인과 의사들도 늘고 있다.

출산은 가장 자연스러운 생명 과정이다. 자연의 순리대로 아기를 낳는 것은 산모와 아기의 평생건강을 지키는 기본이다. 출산 과정에서 기계적 개입이 많을수록 그 아기가 공격적이고 폭력적이 될 것이라는 과학자들의 경고는 얼마나 섬뜩한가.

고재학 기획취재팀장 goindo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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