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꽤 놀라운 경험을 했다. 밤늦게 일을 마치고 집으로 향하는 택시에서 미국에 있는 엄마로부터 전화가 왔다. 택시기사에게 라디오 볼륨이 너무 크니 좀 줄여달라고 부탁을 했다. 그는 나를 흘겨보더니 마지못해 볼륨을 줄였다.
● 무례한 택시, 난폭한 버스
그런데 15분 정도 통화를 하는 중 택시기사가 볼륨을 다시 올리는 것이 아닌가. 나는 화가 머리 끝까지 났다. 누가 봐도 내가 계속 전화를 하고 있는 것이 확실한데 그런 행동을 하다니. 다시 한번 볼륨을 낮춰줄 것을 부탁했지만 그는 "이미 낮췄지 않냐"며 오히려 화를 냈다.
택시기사에게 나는 분명 손님이고 또한 미국에 있는 친척과 전화를 하고 있는데 그렇게 하면 안되지 않냐며 한차례 실랑이를 벌였다. 볼륨을 올리고 싶으면 당연히 통화가 끝난 뒤에 하는 것이 타당하지 않냐고 따졌다. 그는 내 말을 무시했다. 택시기사의 이런 태도는 내겐 충격이었다. 나는 길가에 내려줄 것을 요구했고 "돈은 못 준다"고 하자, 그는 더욱 화를 내며 미친듯이 속력을 냈다.
이같은 일은 내 개인적인 일일 수도 있고, 또 내가 그날 재수가 없어 '못된' 택시기사를 만났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내가 거의 10년 동안 한국에 살면서 이런 무례한 사람을 만나고 또한 그런 서비스에 요금을 내는 것을 거부한 적은 처음이 아니다. 택시나 버스 등 대중교통수단이 실망스럽고 엉망이라는 생각을 가진 것도 역시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시내를 운전하면서 시간에 맞춰 다음 정류장에 도착하기 위해 서두르는 버스들이 내 앞으로 무작정 끼어든 경우도 수없이 겪었다. 이 버스들이 주변 차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차선을 넘나들며 곡예운전을 펼치는 것을 보면 그저 말문이 막힐 뿐이다.
또한 택시기사가 도로에서 과격하게 운전하거나 아예 도로 위로 나와 싸우는 경우도 허다하게 봤다. 외국인 동료들이 한국의 도로 사정을 물어보면 난 항상 "차들과의 전쟁"이라고 말한다.
대중교통을 자주 이용하는 외국인으로서 고객의 안전과 서비스에 대한 운전자들의, 특히 대중교통 기사들의 이같은 태도에 할 말이 없다.
서울시내의 교통체증이나 바쁜 스케줄에 맞춰 시내를 통과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모르는 바는 아니다. 그러나 운전을 너무 가볍게 봐서는 안된다는 것 또한 말하고 싶다. 특히 승객들이 목적지에 안전하게 도착하는 것은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점도 덧붙이고 싶다.
● 글로벌 스탠더드? 대중교통부터
외국의 수많은 도시에서 대중교통을 이용해 봤지만 솔직히 한국은 서비스와 안전에서 최악이라고 말하고 싶다. 경제성장과 글로벌 스탠더드를 위해 돈과 시간 그리고 노력을 아끼지 않는 한국이라면 무엇보다 먼저 도로에 눈을 돌렸으면 한다. 단언하건대 난 지금부터 한국의 지상에서 뭔가 변화가 있다는 확신이 서지 않는 한 지하철을 이용할 생각이다.
마가렛 키ㆍ에델만코리아 상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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