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출하겠다는 생각뿐이었다. 가끔 도끼가 있다면 그의 목을 치고 싶은 생각이 들기도 했다.”
10세 때 납치됐다가 8년 만에 극적으로 탈출한 오스트리아 소녀 나타샤 캄푸시(18ㆍ사진)가 6일 처음으로 TV에 모습을 드러냈다. 캄푸시는 1998년 3월 2일 등교 길에 납치된 후, 슈트라스호프의 한 가옥 지하실에서 8년 동안 갇혀 지내다 지난달 23일 납치범의 감시가 소홀한 틈을 타 탈출했다.
캄푸시는 오스트리아 국영방송과의 인터뷰에서 그동안의 끔찍했던 생활을 털어 놓았다. “감금 상태에서 너무나 자주 굶어 혈액순환이나 집중력 장애를 겪기도 했다. 아무것에도 주의를 기울일 수가 없기 때문에, 어떤 소리가 들려도 귀찮고 고통스럽기만 했다. 생각하는 것조차 고문이었다.”
납치범 볼프강 프리클로필은 캄푸시가 탈출한 뒤 열차에 뛰어들어 자살했다. 이에 대해 캄푸시는 “그는 항상 내가 달아나면 자살하겠다고 위협했기 때문에 나는 탈출이 곧 그의 죽음을 의미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고 말했다. 또 도끼로 그의 목을 치고 싶다는 ‘나쁜 생각’을 하기도 했다고 밝혀, 앞서 심리학자들이 자신의 심리상태를 ‘스톡홀름 증후군’으로 몰아간 것을 간접 반박했다. 스톡홀름 증후군은 인질로 잡힌 사람이 납치범에게 정신적으로 동화돼 오히려 호감을 보이는 현상을 말한다.
캄푸시는 이렇게 많은 이들이 자신의 정신상태에 대해 분석하는 것이 싫고 미디어의 관심이 집중되는 것도 지나친 부담이 된다고 말했다. 한편으로는 자신의 유명세를 이용해 실종자를 위한 재단을 만들거나 아프리카의 굶주린 어린이들을 돕는 등 좋은 일을 하고 싶다고 밝히기도 했다.
최진주 기자 parisco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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