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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 '투명 승계' 신호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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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 '투명 승계' 신호탄

입력
2006.09.08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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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가 2~3세들에 대한 경영권 대물림을 본격화하면서 상속ㆍ증여세만 1조원 이상 내는 재벌들이 잇따라 등장할 전망이다. 그동안 세금없는 부의 대물림을 해와 반재벌 정서를 자초해온 재계가 최근 달라진 기업환경과 법의 엄격한 잣대에 대응, 투명한 상속 및 증여세 납부를 통한 경영 승계에 나서기 시작한 것이다.

지난 5월 “깜짝 놀랄 만한 수준의 세금을 내겠다”며 투명한 경영권 이양을 천명했던 신세계가 7일 총 1조원대의 상속ㆍ증여세를 내기위한 주식 증여에 본격 착수했다. 재계의 쌍두마차인 삼성과 현대ㆍ기아자동차 그룹은 총수가 아직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지만, 경영권 이양이 이뤄질 경우 세법에 따라 적정규모의 세금을 내겠다는 입장이다. 삼성 이건희 회장부부와 정몽구 현대ㆍ기아차회장의 보유주식이 현재 각각 2조원대 이상인 점을 감안하면 아들인 이재용 삼성전자 상무, 정의선 기아차 사장이 내야할 세금은 모두 1조원을 훨씬 웃돌 것으로 그룹 안팎에서는 추정하고 있다.

금호아시아나, 한화, 두산, 효성 등 중견그룹들도 편법을 지양하고, 적정하게 세금을 내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총수의 지분이 많아서 경영권 대물림시 상당한 세금을 내야 하는 대림 등 일부 재벌들도 2세 승계를 투명하게 하는 방안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상속ㆍ증여세 1조원 클럽의 1호가 될 것으로 예상되는 신세계는 재벌가의 달라진 경영권 상속 문화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신세계는 이날 정재은 명예회장이 보유 지분 147만4,571주 전량을 아들인 정용진 부사장과 딸인 정유경 조선호텔 상무에게 나눠줬다고 밝혔다. 정 부사장은 정 명예회장으로부터 지분 84만주를 증여받아 지분수가 175만7,100주로 늘어나면서 지분율이 4.86%에서 9.32%로 높아져 2대 주주로 부상했다. 정 상무도 나머지 지분 63만4,571주를 취득해 지분율이 0.66%에서 4.03%(총 75만9,983주)로 상승했다. 신세계 구학서 사장은 이와 관련, “증여세율 50%를 적용하면 세금규모가 3,500억원 가량 된다”고 설명했다. 신세계는 이명희 회장도 보유지분 289만890주(지분율 15.33%)를 단계적으로 물려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회장 부부의 보유주식은 시가로 2조원가량 된다. 이들 부부의 상속 및 증여가 마무리될 경우 2세들은 모두 1조원대의 세금을 내게 된다.

신세계의 이번 증여세 3,500억원은 사상 최대 규모로 다른 재벌들에게 상당한 영향을 줄 전망이다. 지금까지 상속세를 가장 많이 낸 곳은 교보생명으로 고 신용호회장의 2세들이 1,830억원을 납부했다.

재벌들의 ‘깜짝놀랄 만한 상속세’는 과거처럼 법망을 피해 편법으로 부의 대물림을 했다가는 총수일가의 사법처리 등 더 큰 코스트를 치러야 한다는 위기의식에서 비롯되고 있다. 삼성 등 상당수 재벌들의 경우 부의 편법 상속 및 증여의혹으로 검찰 수사 및 세무조사를 받고 있으며, 신세계도 정 부사장의 계열사 주식 헐값 인수 의혹과 관련, 참여연대와 법정 공방을 벌이고 있다.

김상조 한성대 교수는 “기업 경영환경이 변화함에 따라 재벌들의 부의 대물림도 법과 사회적 인식의 토대위에서 이뤄져야 한다”면서 “이를 도외시한채 무리한 경영권 대물림에 집착할 경우 법과 사회적 압력에 의해 더 큰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재계는 투명한 상속은 시대적 흐름이라는데 동의하면서도, 상속세등에 대한 손질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이승철 상무는 “실정법에 따라 보유주식을 증여키로 한 신세계의 결정은 바람직하다”면서도 “하지만 많은 기업들이 현행 상속 및 증여세율에 부담을 느끼고 있어 관련법의 완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창만 기자 cm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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