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종 패션브랜드 쌈지는 올 3월 팝 아티스트 낸시 랭을 영입, '디자인 바이 낸시 랭' 라인을 내놓아 짭짤한 재미를 보고 있다. 치킨 헤드, 터부 요기니 등 낸시 랭만의 독특한 작품세계를 쌈지 티셔츠, 가방, 매직박스에 새겨 넣어 출시했는데, 10~20대 젊은 여성 층으로부터 대단한 반향을 일으키고 있기 때문이다.
쌈지 관계자는 "갤러리에서 감상만 하던 미술작품을 직접 가지고 다닌다는 의미에서 소비자들의 자부심이 대단하다"며 "고급스러움과 개성을 추구하는 현대 소비자들의 취향을 충족시키고 있어 앞으로도 상당한 인기를 얻을 것"으로 내다봤다.
기업들이 아트마케팅에 열을 올리고 있다. 미술작품을 구입하고 예술 인프라를 후원하던 소극적인 기업의 예술관에서 벗어나, 예술가의 작품을 디자인으로 도입하는 등 예술을 마케팅에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는 것이다.
아트마케팅이 가장 활발하게 펼쳐지고 있는 곳은 패션업계. 제일모직 구호(KUHO)는 지난 달 '하트 포 아이(Heart for Eye) 도네이션 티셔츠'에 아티스트 한젬마, 패션 포토그래퍼 김현성, 영화배우 장미희 등이 디자인한 제품을 선보였다. '그림 읽어주는 여자'로 유명한 한젬마는 시각 장애 어린이들의 눈을 열어 하늘을 보여주고 싶은 염원을 담아 지퍼를 이용한 디자인을 선보였다.
명품 브랜드 루이비통은 일본 키치(KITCH) 미술의 대부인 아티스트 다카시 무라카미의 그림으로 핸드백, 아이팟 셔틀 커버 등을 디자인해 신선한 반응을 얻었다. 한정판으로 생산된 이 제품은 이미 생산이 끝났지만 여전히 구매문의가 들어올 정도로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다.
식음료 업계에도 아트마케팅의 열풍은 거세다.
해태제과는 '오예스와 함께 떠나는 세계미술관 여행'이라는 이벤트를 통해 국내 유명 미술작가들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했다. 초코 케이크 '오예스'에 현대 한국화의 대표주자 최한동의 '바라기2001', 김성호의 '새벽', 김찬옥의 '인연' 등 53종의 작품을 엽서로 만들어 삽입했다.
엽서에 적힌 시리얼 번호를 홈페이지(www.ht.co.kr)에 입력하면 100명을 선발, 영국 대영박물관, 프랑스 루브르박물관, 이태리 바티칸 박물관 등 세계 3대 미술관을 5박7일 일정으로 여행할 수 있는 기회도 준다. 롯데제과도 비스킷 '하비스트 검은깨' 포장지에 수확을 주제로 한 명화 9점을 선보이고 있다.
와인판매회사 수석무역은 이탈리아 레오나르도 다빈치사의 와인 '모나리자'를 출시해 와인애호가들의 눈길을 끌고 있다. 이 제품은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고향에서 제조된 와인으로, 그의 작품을 제품 디자인으로 활용해 맛과 함께 인지도 향상에 나서고 있다.
프리미엄 제품에 사활을 건 가전업계도 아트와의 접목을 강화하고 있다.
LG전자는 디오스 냉장고 신제품 '아트 디오스(Art DIOS)'를 새롭게 선보였다. 이 제품은 주방 가전에 순수 예술을 접목, 제품을 하나의 작품처럼 만든 것으로, '갤러리 키친'을 표방하고 있다.
지난 달 첫 출시된 '아트 디오스-모던 플라워'는 '꽃의 화가'로 유명한 하살림의 작품을 냉장고 전면에 적용했다. 냉장고가 더 이상 백색가전이 아니라 주방공간을 보다 아름답게 꾸밀 수 있는 고급 제품이라는 것을 강조한 사례이다.
업계 관계자는 "아트 마케팅을 활용하는 제품은 대부분 기존 제품에 비해 고급스런 프리미엄급에 적용되는 추세"라며 "차별화한 경쟁력 확보차원에서 산업 전반으로 확산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창만 기자 cm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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